Logo Light Logo Dark
suawiu sngmin

[Paper Review] 반데르발스 자석: 물질군, 자성의 검출과 제어

van der Waals Magnets: Material Family, Detection and Modulation of Magnetism, and Perspective in Spintronics

Sep 16, 2026 - 47 minute read
리뷰 논문 첫 페이지. van der Waals Magnets: Material Family, Detection and Modulation of Magnetism, and Perspective in Spintronics, Advanced Science 8, 2002488 (2021). doi.org/10.1002/advs.202002488

리뷰 논문 첫 페이지. van der Waals Magnets: Material Family, Detection and Modulation of Magnetism, and Perspective in Spintronics, Advanced Science 8, 2002488 (2021). doi.org/10.1002/advs.202002488

Shengxue Yang(교신저자), Tianle Zhang, Chengbao Jiang(교신저자) — 모두 중국 베이항대학교(Beihang University) 재료과학공학부 — Advanced Science 8, 2002488 (2021), 2020년 12월 6일 온라인 출판.


이 리뷰는 앞선 리뷰의 어디쯤에 있는가

앞서 정리했던 2차원 반데르발스 자성 물질 리뷰(Burch, Mandrus, Park, Nature 2018)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뤘다. 원자 한 층 두께의 물질이 자석이 될 수 있는가? Mermin-Wagner 정리가 금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 이방성이 있으면 가능하고, 반데르발스 물질이 그것을 검증할 무대를 제공한다는 것이 그 논문의 결론이었다.

이 논문은 그로부터 2년 뒤에 나온, 성격이 꽤 다른 리뷰다. 물리학자가 아니라 재료공학자들이 쓴 리뷰이고, 관심사도 존재 증명에서 활용으로 옮겨가 있다. 구성은 제목 그대로 네 부분이다.

  1. 물질군(material family) — 지금까지 발견된 반데르발스 자성체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각각 어떤 자기적 성질을 갖는가
  2. 검출(detection) — 눈에 보이지도 않는 원자 몇 층의 자성을 어떤 도구로 읽어내는가
  3. 제어(modulation) — 그 자성을 전기적·기계적·화학적으로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4. 전망(perspective) — 이것으로 어떤 스핀트로닉스 소자를 만들 수 있는가

앞선 리뷰가 지도라면, 이 리뷰는 부품 카탈로그와 공구 설명서에 가깝다. 31쪽에 걸쳐 181개의 참고문헌을 정리한 상당히 밀도 높은 글이다.

다만 이 논문은 같은 분야 연구자를 독자로 상정하고 쓰였기 때문에, 기초 개념을 하나도 설명하지 않고 시작한다. 그래서 아래 네 부분에 들어가기 전에 0부를 따로 두어, 이 글을 읽는 데 필요한 것들을 처음부터 쌓아두었다. 자성의 기본을 이미 알고 있다면 건너뛰고 1부부터 읽어도 된다.


0부. 먼저 기초부터: 자석은 왜 자석인가

이 논문은 재료공학자가 동료 연구자를 향해 쓴 글이라, 기초를 설명하지 않고 바로 시작한다. 그래서 읽기 전에 필요한 것들을 여기서 먼저 쌓아두려고 한다. 이 절만 넘기면 나머지는 훨씬 수월해진다.

전자는 아주 작은 자석이다

전자는 두 가지 성질을 함께 가지고 있다.

하나는 전하(charge)다. 전기가 흐른다는 것은 전자가 이동한다는 뜻이고, 우리가 쓰는 모든 전자기기는 이 전하를 다룬다.

다른 하나가 스핀(spin)이다. 전자가 스스로 가지고 있는 아주 작은 막대자석, 혹은 나침반 바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바늘은 방향을 가지며, 편의상 위(↑)와 아래(↓)로 표시한다.

스핀이라는 이름은 자전(spin)에서 왔지만, 전자가 실제로 팽이처럼 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전역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양자역학적 성질이고, 그 결과가 작은 자석처럼 행동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면 이 글을 읽는 데는 충분하다.

왜 철은 자석이 되고 구리는 안 되는가

전자가 모두 작은 자석이라면 세상 모든 물질이 자석이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의 물질에서 전자들이 둘씩 짝을 지어 ↑와 ↓가 서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원자 안에서 전자는 껍질(오비탈)에 정해진 순서로 채워지는데, 어떤 원소들은 껍질이 절반만 채워진 상태에서 멈춘다. 그러면 짝을 찾지 못한 전자가 남고, 그 원자는 상쇄되지 않은 자기 모멘트를 갖는다. 즉 원자 하나가 작은 자석이 된다.

철(Fe), 크롬(Cr), 망간(Mn), 니켈(Ni), 코발트(Co), 바나듐(V) 같은 전이금속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3d라고 부르는 껍질이 부분적으로만 채워져 있다. 이 글에 나오는 물질 이름을 훑어보자. CrI₃, FePS₃, Fe₃GeTe₂, MnPS₃, NiPS₃, VSe₂ — 하나같이 이 원소들이 들어 있다. 우연이 아니다.

이웃끼리 방향을 맞추려 한다: 교환 상호작용

원자마다 작은 자석이 있다고 해서 물질 전체가 자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바늘들이 제각각 다른 방향을 가리키면 전체적으로는 상쇄되어 아무 자성도 드러나지 않는다.

물질이 자석이 되려면 이웃한 스핀들이 서로 방향을 맞추려는 경향이 있어야 한다. 이 경향을 교환 상호작용(exchange interaction)이라고 부른다. 양자역학에서 나오는 효과인데, 여기서는 이웃끼리 방향을 맞추게 만드는 힘 정도로 이해해도 충분하다. 맞추는 방식에 따라 두 가지 배열이 생긴다.

  • 강자성(ferromagnetism): 이웃 스핀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정렬한다(↑↑↑↑). 냉장고 자석이 이것이다. 물질 전체가 뚜렷한 자화(magnetization, 기호 M — 단위 부피당 자석의 세기)를 갖는다.
  • 반강자성(antiferromagnetism): 이웃 스핀이 번갈아 반대 방향으로 정렬한다(↑↓↑↓). 내부는 질서정연하지만 서로 상쇄되어, 겉으로 보이는 자화는 0이다.

반강자성이 이 글에서 계속 골칫거리로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겉으로 자화가 0이니 자석을 갖다 대도 붙지 않고, 자기 신호를 재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분명히 내부에는 질서가 있는데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2부의 측정 방법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온도라는 적: T_C와 T_N

이 글에 가장 많이 나오는 기호가 T_C와 T_N이다. 여기서 확실히 해두자.

온도가 높다는 것은 원자와 전자가 그만큼 격렬하게 흔들린다는 뜻이다. 이 무작위한 흔들림을 열적 요동(thermal fluctuation)이라고 한다. 교환 상호작용이 스핀을 줄 세우려 하는 동안, 열적 요동은 그 줄을 흐트러뜨린다. 자성이란 이 둘의 싸움이다.

  • 충분히 차가우면 교환 상호작용이 이겨서 스핀이 정렬한다.
  • 뜨거우면 요동이 이겨서 스핀이 무작위가 된다. 이 무질서한 상태를 상자성(paramagnetism)이라고 한다.

둘의 승패가 뒤바뀌는 온도가 있다. 강자성체에서는 퀴리 온도(Curie temperature, T_C), 반강자성체에서는 네엘 온도(Néel temperature, T_N)라고 부른다. 물이 0 °C에서 얼음이 되듯, 자성체는 이 온도에서 자기적으로 얼어붙는다.

그래서 T_C나 T_N이 높다는 것은 더 따뜻한 곳까지 자석으로 버틴다는 뜻이고, 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성능 지표다. 1부의 결론도, 4부의 숙제도 결국 이 숫자 이야기다.

켈빈(K) 읽는 법 — 이 글의 온도는 전부 켈빈 단위다. 더 이상 차가워질 수 없는 절대영도를 0 K으로 잡은 눈금이고, 눈금 간격은 섭씨와 같다. 외울 값은 세 개면 충분하다.

  • 0 K = −273 °C (절대영도)
  • 77 K = −196 °C (액체질소가 끓는 온도)
  • 300 K ≈ 27 °C (실온)

즉 T_C가 45 K인 물질은 −228 °C보다 차가워야만 자석이라는 뜻이다.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감각을 여기서 잡아두면 좋다.

스핀이 아무 방향이나 가리키지는 않는다: 쉬운 축

교환 상호작용은 이웃끼리 방향을 맞추라고만 할 뿐, 어느 방향으로 맞추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 결정 속 스핀은 특정 방향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결정 구조 때문에 어떤 방향을 가리킬 때 에너지가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방향에 따라 에너지가 달라지는 성질자기 이방성(magnetic anisotropy)이라 하고, 스핀이 선호하는 방향을 쉬운 축(easy axis)이라고 한다.

2차원 물질은 납작한 판이므로 쉬운 축은 보통 둘 중 하나다.

  • 면 수직(out-of-plane, ⊥): 스핀이 판에 수직으로 서 있다.
  • 면 내(in-plane, ∥): 스핀이 판 안에 누워 있다.

이 구분이 표마다 계속 나오는 데는 실용적인 이유가 있다. 2부에서 볼 가장 흔한 측정법(MOKE, MCD)이 면 수직 자화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쉬운 축이 어느 쪽이냐에 따라 쓸 수 있는 도구가 달라진다.

더 근본적으로는, 자기 이방성이야말로 2차원에서 자석이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열쇠다. 이방성이 없으면 열적 요동이 스핀 방향을 거의 공짜로 흔들 수 있어 질서가 무너진다. 이방성이 있으면 스핀을 쉬운 축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최소한의 에너지가 필요해지고, 그 덕분에 낮은 온도에서 질서가 살아남는다. 앞선 Nature 리뷰의 핵심 주제가 정확히 이것이었다.

스핀이 고를 수 있는 방향의 자유도: 세 가지 모델

표에 이징·XY·하이젠베르크라는 말이 계속 나온다. 스핀이 가리킬 수 있는 방향이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따른 분류다.

모델스핀이 가리킬 수 있는 방향이방성비유
이징(Ising)한 축 위의 위 또는 아래, 두 가지뿐매우 강함스위치
XY한 평면 안의 아무 방향평면 안에 가둘 만큼시계 바늘
하이젠베르크(Heisenberg)3차원 공간의 아무 방향거의 없음자유로운 나침반

이징이 가장 뻣뻣하고 하이젠베르크가 가장 자유롭다. 그리고 뻣뻣할수록 2차원에서 자기 질서를 유지하기 쉽다. 방향을 바꾸려면 확실한 에너지를 치러야 하니 열적 요동이 쉽게 흔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뒤에서 하이젠베르크형인 Cr₂Ge₂Te₆가 단일층에서 자성을 잃는 반면 이징형인 CrI₃는 단일층에서도 자석으로 남는 것이 바로 이 차이다.

전자가 사는 층계: 밴드, 페르미 준위, 도핑

이 글은 자성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전기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물질의 전기적 성질을 부르는 말도 필요하다.

물질 안의 전자는 아무 에너지나 가질 수 없고, 허용된 에너지 구간에만 들어갈 수 있다. 이 구간을 에너지 밴드(energy band)라고 한다. 층계가 있고 전자들이 아래부터 차곡차곡 채워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자가 채워진 가장 높은 지점을 페르미 준위(Fermi level, 기호 E_F)라고 한다.

물질의 전기적 성질은 이 페르미 준위에 무엇이 있느냐로 갈린다.

  • 금속: 페르미 준위에 전자가 옮겨갈 빈자리가 널려 있다. 전압을 걸면 전자가 곧바로 움직인다. 전기가 잘 통한다.
  • 절연체: 페르미 준위 위아래로 전자가 들어갈 수 없는 금지 구간, 즉 에너지 갭(band gap)이 크게 벌어져 있다. 전자가 움직이려면 갭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그럴 에너지가 없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 반도체: 갭이 있긴 한데 좁다. 열이나 빛을 주거나 불순물을 넣으면 전자를 갭 너머로 보낼 수 있다. 조건에 따라 통했다 안 통했다 하므로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다.

도핑(doping)은 물질에 전자를 더 넣거나 빼는 것이다. 넣는 것이 전자 도핑, 빼는 것이 정공 도핑이다. 전자가 빠져나간 빈자리는 양의 전하를 가진 입자처럼 행동해서 정공(hole)이라고 부른다. 도핑을 하면 페르미 준위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도핑이 자성과 무슨 상관인가 싶을 수 있다. 그런데 3부에서 보듯 전자 수를 바꾸면 교환 상호작용의 세기와 성격까지 바뀐다. 전압만 걸어 도핑량을 조절하는 것이 이 분야에서 자성을 제어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층 안과 층 사이: 반데르발스 물질의 핵심

마지막이자, 이 논문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이다.

반데르발스 물질은 층 내부는 강한 화학결합으로 단단히 묶여 있지만, 층과 층 사이는 반데르발스 힘이라는 훨씬 약한 힘으로만 붙어 있는 물질이다. 연필심의 흑연이 대표적이다. 종이에 글씨가 써지는 것은 층이 쉽게 미끄러져 떨어져 나오기 때문이고, 거기서 한 층만 떼어낸 것이 그래핀이다.

실제로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떼는 것만으로 층을 벗겨낼 수 있다. 이 과정을 박리(exfoliation)라고 한다.

여기서 이 분야를 만드는 결정적인 결과가 나온다. 이런 물질에서 자기적 결합은 두 종류다.

  • 층 내부(intralayer) 결합: 같은 층 안의 이웃 스핀끼리. 강한 화학결합을 따라가므로 대체로 세다.
  • 층 사이(interlayer) 결합: 위층 스핀과 아래층 스핀 사이. 약한 반데르발스 결합을 따라가므로 훨씬 약하다.

그래서 층 내부는 강자성인데 층 사이는 반강자성인 상황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이 글에 내내 등장하는 CrI₃가 정확히 그런 물질이다. 한 층만 떼어내면 평범한 강자성체지만, 두 층을 겹치면 위층은 ↑ 아래층은 ↓가 되어 전체 자화가 0이 되어버린다. 층 하나 차이로 자석이었다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층 사이 결합이 약하다는 것은 곧 외부에서 건드려 뒤집기 쉽다는 뜻이다. 3부에서 볼 전기장·압력 제어가 전부 이 층간 결합을 겨냥한다.

두께를 부르는 말 — 단일층(monolayer, 1L)은 한 층, 이중층(bilayer, 2L)은 두 층이다. 몇 층에서 수십 층까지를 박층(few-layer)이라 하고, 층이 아주 많이 쌓인 덩어리 결정을 벌크(bulk)라고 부른다. 벌크는 사실상 3차원 물질이다. 이 글이 벌크와 박층의 성질을 계속 나란히 비교하는 이유는, 3차원 자석이 2차원이 되면서 무엇이 달라지는가가 이 분야의 핵심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 나오는 단위

단위재는 것감 잡기
K (켈빈)온도0 K = −273 °C, 77 K = 액체질소, 300 K = 실온
T (테슬라)자기장 세기냉장고 자석이 약 0.005 T, 병원 MRI가 1.5~3 T
Oe (외르스테드)자기장 세기10,000 Oe = 1 T. 1 kOe = 0.1 T
GPa (기가파스칼)압력대기압이 약 0.0001 GPa. 1 GPa은 대기압의 1만 배
cm⁻²단위 넓이당 전자 수10¹⁴ cm⁻²면 1 cm² 넓이에 전자 100조 개
cm⁻¹라만에서 쓰는 진동 에너지숫자가 클수록 빠르게 떨리는 진동
μ_B (보어 마그네톤)자기 모멘트전자 한 개가 만드는 자석 세기가 대략 1 μ_B
eV (전자볼트)에너지밴드 갭이 보통 1~3 eV 정도

왜 스핀인가, 왜 반데르발스인가

기초가 준비되었으니 이제 논문의 서론으로 들어가자.

저자들은 산업혁명 이야기로 글을 연다. 전자의 전하를 정밀하게 다루게 되면서 2차·3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면, 다음 단계는 전자의 또 다른 자유도인 스핀을 다루는 기술, 즉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가 이끌 것이라는 관점이다. 그리고 스핀을 다루려면 자성을 다뤄야 하고, 소자를 작게 만들려면 자성을 3차원에서 2차원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기존에 얇은 자성막을 만드는 방법은 마그네트론 스퍼터링이나 펄스 레이저 증착(PLD) 같은 에피택시(epitaxy) 기술이었다. 기판 위에 원자를 한 층씩 쌓아 3차원 자석을 원자 수준까지 얇게 만드는 방식이다.

에피택시란 — 결정 기판 위에 같은 결정 방향을 유지하며 새로운 결정층을 성장시키는 기술. 반도체 산업의 기본 공정이다.

이렇게 만든 박막은 얇기는 해도 진짜 2차원이 아니다. 저자들이 지적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 댕글링 본드(dangling bond): 표면 원자의 결합손이 짝을 찾지 못하고 허공에 떠 있는 상태. 이 결합손이 기판이나 공기 중 분자와 반응하면서 표면의 전자·자기 상태를 원래 물질과 다르게 만든다.
  • 격자 스트레인(lattice strain): 기판과 박막의 원자 간격이 정확히 맞지 않으면 박막이 억지로 늘어나거나 눌린다.
  • 화학 조성 변화와 전자 재분포: 기판 원소가 섞여 들어가거나, 계면에서 전자가 한쪽으로 쏠린다.

결과적으로 측정된 자성이 물질 고유의 것인지 기판이 만든 인공적 효과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반면 반데르발스 물질은 층과 층 사이가 약한 힘으로만 붙어 있어 표면에 댕글링 본드가 없고, 한 층을 떼어내도 그 층의 결정 구조와 화학결합이 온전히 유지된다. 2016년 이후 발견된 고유(intrinsic) 반데르발스 자성체들이 이 분야를 열었다는 것이 이 리뷰의 출발점이다.

고유 자성 vs 유도 자성 — 원래 자성이 없는 2차원 물질(그래핀, MoS₂ 등)에 화학 도핑, 스트레인, 결함(공공, grain boundary), 근접효과를 걸어 인위적으로 자성을 만들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렇게 외부에서 집어넣은 자성을 외인성(extrinsic)이라 하고, 물질 자체가 원래부터 갖고 있는 자성을 고유(intrinsic)라고 한다. 이 리뷰는 고유 자성체만을 다룬다.


1부. 부품 카탈로그: 다섯 개의 물질군

리뷰는 반데르발스 자성체를 다섯 가족으로 나눈다. 각 가족의 이름은 화학식의 형태에서 왔다.

가족 이름 읽는 법 — MX₂, MPQ₃ 같은 표기는 특정 물질이 아니라 이다. 대문자 하나가 자리 하나를 뜻하고, 그 자리에 어떤 원소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물질이 된다.

  • M(metal): 자성을 만드는 전이금속 자리. Cr, Fe, Mn, Ni, V 등이 들어간다.
  • X(halogen): 할로겐 자리. Cl, Br, I.
  • Q(chalcogen): 칼코겐 자리. S, Se, Te.
  • O: 산소.
  • 아래첨자 숫자는 개수의 비율이다. MX₂는 금속 하나에 할로겐 둘, MX₃는 금속 하나에 할로겐 셋.

그러니까 MX₃에서 M에 Cr, X에 I를 넣으면 CrI₃가 된다. 같은 틀 안에서 원소만 바꿔가며 성질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는 것이 이 논문의 기본 전략이다.

1) 전이금속 할라이드 (MX₂, MX₃)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연구된 가족이다. M은 V, Cr, Mn, Fe, Co, Ni, Ru 같은 전이금속이고 X는 Cl, Br, I 같은 할로겐 원소다.

왜 하필 이 조합인가 — 할로겐 이온은 반지름이 크다. 그래서 층과 층 사이가 멀어지고 층간 결합이 약해져, 반데르발스 물질이 되기 좋다. 또 전이금속 이온은 3d 껍질(전자가 채워지는 에너지 껍질 중 하나)이 부분적으로만 채워져 있어 짝을 이루지 못한 전자를 갖는다. 짝 없는 전자 = 상쇄되지 않은 스핀 = 원자 하나하나가 작은 자석이다.

Figure 1. 전이금속 할라이드의 기본 성질. (a) 단일층 이할라이드(MX₂, 왼쪽)와 삼할라이드(MX₃, 오른쪽)의 결정 구조. (b) Cr 삼할라이드 3종의 온도-자기장 상 diagram (P: 강자성 정렬, AP: 층간 반대 정렬, PM: 상자성). (c) Cr 삼할라이드의 두 가지 적층 순서 — 단사정계(monoclinic)와 능면체(rhombohedral). (d) 벌크 CrI₃에서 표면층과 내부층의 자기 질서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식도. (e) Fe 이할라이드의 스핀 분해 밴드 구조 계산 결과.

Figure 1. 전이금속 할라이드의 기본 성질. (a) 단일층 이할라이드(MX₂, 왼쪽)와 삼할라이드(MX₃, 오른쪽)의 결정 구조. (b) Cr 삼할라이드 3종의 온도-자기장 상 diagram (P: 강자성 정렬, AP: 층간 반대 정렬, PM: 상자성). (c) Cr 삼할라이드의 두 가지 적층 순서 — 단사정계(monoclinic)와 능면체(rhombohedral). (d) 벌크 CrI₃에서 표면층과 내부층의 자기 질서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식도. (e) Fe 이할라이드의 스핀 분해 밴드 구조 계산 결과.

구조부터 보자. 이할라이드(MX₂)에서는 전이금속 원자들이 삼각 격자를 이루고, 삼할라이드(MX₃)에서는 벌집격자(honeycomb lattice)를 이룬다. 어느 쪽이든 금속 원자 하나를 여섯 개의 할로겐 원자가 팔면체 모양으로 둘러싼다(Fig. 1a).

왜 격자 모양이 중요한가 — 스핀들이 어떤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느냐가 그들 사이의 경쟁 관계를 결정한다. 삼각 격자에서는 모든 이웃과 반대 방향을 향하는 것이 기하학적으로 불가능해 좌절(frustration)이 생기고, 벌집격자에서는 각 원자가 정확히 세 방향으로만 결합해 Kitaev 상호작용 같은 특이한 물리가 나타날 여지가 생긴다.

Cr 삼할라이드 3형제(CrCl₃, CrBr₃, CrI₃)는 이 분야의 초파리 같은 표준 물질이다. 할로겐만 Cl → Br → I로 바꾸면 성질이 규칙적으로 변한다.

CrCl₃CrBr₃CrI₃
내부 결합강자성강자성강자성
사이 결합반강자성강자성반강자성
쉬운 축면 내(in-plane)면 수직(out-of-plane)면 수직(out-of-plane)
전이 온도 (벌크 / 박층)27 K / 16 K (2층)47 K / 27 K (단층)61 K / 45 K (단층)
스핀 모델XY이징과 하이젠베르크 중간이징

여기서 읽어야 할 것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층 내부는 언제나 강자성이지만 층 사이는 오락가락한다. 반강자성 → 강자성 → 반강자성으로 바뀐다. 이는 층간 결합이 매우 미묘한 균형 위에 있다는 뜻이고, 나중에 볼 압력·전기장 같은 외부 자극으로 뒤집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둘째, 전이 온도가 Cl < Br < I 순으로 높아진다. 무거운 할로겐일수록 스핀-궤도 결합(spin-orbit coupling, SOC)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스핀-궤도 결합과 이방성 — 전자는 스핀을 가지면서 동시에 원자핵 주위를 도는 궤도 운동도 한다. 스핀-궤도 결합은 이 둘을 엮어주는 상대론적 효과다. 궤도 운동은 결정 격자의 모양에 영향을 받으므로, 결과적으로 스핀 방향이 결정 격자에 묶이게 된다. 그래서 스핀이 특정 방향(쉬운 축)을 선호하게 되는데 이것이 자기 이방성이고, 2차원에서 자기 질서가 살아남게 해주는 결정적인 요소다. 무거운 원소일수록 핵 주변 전기장이 강해 이 효과가 크다.

셋째, 쉬운 축이 면 내에서 면 수직으로 바뀐다. 이방성의 세기뿐 아니라 방향까지 원소 선택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Fig. 1b를 읽어보자. 이런 그림을 상 diagram(phase diagram)이라고 한다.

상 diagram 읽는 법 — 가로축은 온도, 세로축은 걸어준 자기장이고, 그래프 위의 각 점은 그 조건에서 물질이 어떤 자기 상태에 있는지를 말해준다. 색이 다른 영역이 서로 다른 상태이고, 영역의 경계선이 상태가 바뀌는 지점이다. 물의 상 diagram에서 온도와 압력에 따라 얼음·물·수증기 영역이 나뉘는 것과 같은 그림이다.

Fig. 1b에서 각 영역의 뜻은 이렇다.

  • P(parallel, 초록): 층들의 자화가 모두 같은 방향. 강자성 정렬.
  • AP(antiparallel, 빨강): 층들이 번갈아 반대 방향. 층간 반강자성 정렬.
  • PM(paramagnetic, 보라): 질서가 무너져 스핀이 무작위인 상자성.

이 그림에서 두 가지를 읽을 수 있다.

첫째, 층간 반강자성인 CrI₃와 CrCl₃에는 AP 영역과 P 영역 사이에 경계선이 있다. 온도를 고정하고 자기장을 올리다 보면 이 선을 넘는 순간이 오는데, 그 자기장을 스핀 플립 자기장(spin-flip field)이라고 한다. 층간 결합이 층들을 반대로 붙잡아두는 힘보다 외부 자기장이 세지면, 뒤집혀 있던 층이 강제로 돌아서면서 전체가 강자성 정렬이 되는 것이다. 그래프에서 이 경계선이 오른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는데, 온도가 높을수록 뒤집기 쉬워진다는 뜻이다.

둘째, PM 영역과의 경계선, 즉 전이 온도가 자기장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물질마다 다르다. 이방성이 매우 강한 CrI₃에서는 경계선이 거의 수직이다. 자기장을 아무리 걸어도 전이 온도가 그대로라는 뜻이다. 반면 CrBr₃와 CrCl₃에서는 경계선이 오른쪽으로 기울어 있어, 자기장이 커질수록 전이 온도가 올라간다. 이방성이 약한 물질일수록 외부 자기장이 질서를 붙잡아주는 역할을 대신 해준다고 이해하면 된다.

적층 순서(stacking order)라는 숨은 변수. Fig. 1c가 이 가족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다. CrI₃는 같은 물질인데도 층을 쌓는 방식이 두 가지 있다.

  • 단사정계(monoclinic, C2/m): 위층이 아래층에 대해 한 방향으로 미끄러진 채 쌓인 구조. 층간 반강자성을 선호한다.
  • 능면체(rhombohedral, R3̄): 위층이 다른 방향으로 미끄러져 쌓인 구조. 층간 강자성을 선호한다.

적층 순서란 무엇인가 — 같은 모양의 판을 여러 장 겹칠 때, 위 판을 어느 쪽으로 얼마나 밀어놓고 겹치느냐에 따라 전체 구조가 달라진다. 벽돌을 쌓을 때 줄을 맞춰 쌓느냐 반 칸씩 엇갈려 쌓느냐의 차이와 같다. 층 하나하나는 완전히 똑같은데도 말이다.

이것이 자성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위층 원자와 아래층 원자가 서로 어느 위치에서 마주 보느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층간 교환 상호작용은 마주 보는 원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므로, 겹치는 방식이 바뀌면 그 상호작용의 부호까지 바뀔 수 있다. 괄호 안의 C2/m, R3̄는 결정학에서 이런 구조를 분류해 붙인 이름표이니, 두 가지가 다른 방식이라는 정도만 알면 된다.

같은 화학식, 같은 층 구조인데 쌓는 방식만 바뀌어도 자기 배열이 뒤집힌다. 게다가 CrI₃는 210~220 K 근처에서 두 구조 사이의 구조 상전이를 겪고, 벌크 시료에서는 표면 약 12 nm는 단사정계-반강자성(T_C ≈ 45 K), 그 아래 내부는 능면체-강자성(T_C ≈ 60 K)으로 한 결정 안에 두 자성이 공존한다는 것이 자기력 현미경(MFM)으로 밝혀졌다(Fig. 1d).

자기력 현미경(MFM)이란 — 아주 뾰족한 바늘 끝에 자성 물질을 입혀 시료 표면 위를 훑는 현미경이다. 바늘이 시료가 만드는 자기장에 끌리거나 밀리는 정도를 측정해, 시료 표면의 자기 상태를 지도처럼 그려낸다. 두께를 25 nm 이하로 줄이면 전이가 하나만 남아 순수한 반강자성이 된다.

이 현상은 벌크 CrI₃와 박층 CrI₃의 자성이 다르게 보고되던 혼란을 설명해준다. 동시에, 적층 순서가 자성을 제어하는 새로운 손잡이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Fe 이할라이드(FeCl₂, FeBr₂, FeI₂)는 계산상 단일층에서 스핀 하프메탈(spin half-metal)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Fig. 1e).

하프메탈이란 — 0부에서 본 금속과 절연체의 구분을 스핀별로 따로 적용한 것이다. 자성체에서는 ↑ 스핀 전자와 ↓ 스핀 전자의 에너지 밴드가 서로 어긋나 있는데, 이 어긋남이 아주 커서 페르미 준위에 ↑ 전자의 밴드만 걸리고 ↓ 전자는 갭에 막혀 있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면 위 스핀 전자에게는 금속이고 아래 스핀 전자에게는 절연체인 물질이 된다.

이런 물질에 전류를 흘리면 통과할 수 있는 전자가 ↑뿐이므로 100% 스핀 편극된 전류가 나온다. 스핀트로닉스에서 가장 이상적인 스핀 소스로 꼽히는 이유다.

밴드 그림(Fig. 1e) 읽는 법 — 세로축은 전자의 에너지이고, 0이 페르미 준위다(그래서 축 이름이 E−E_F다). 가로축은 전자가 결정 안에서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데, Γ·M·K는 결정 구조에서 정해지는 대표적인 지점들의 이름일 뿐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림 속 점들은 전자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상태이고, 빨강과 파랑은 각각 ↑ 스핀과 ↓ 스핀이다.

그러니 이 그림에서 볼 것은 하나다. 가로선 0(페르미 준위) 위에 어떤 색이 걸쳐 있는가. Fig. 1e에서 0 근처에 한 가지 색만 보인다면, 그 스핀만 전기를 나를 수 있다는 뜻이고 곧 하프메탈이다.

VI₃는 강자성 반도체로, 79 K의 구조 전이와 50 K·30 K 두 번의 자기 전이가 공존한다. 30 K 전이가 또 다른 구조 전이를 동반한다는 사실은 이 물질에 자기탄성 결합(magnetoelastic coupling), 즉 자기 상태와 격자 변형이 서로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물질은 압력이나 스트레인으로 자성을 조작하기 좋다.

2) 전이금속 인 삼칼코게나이드 (MPQ₃)

이름이 길지만 뜯어보면 간단하다. 전이금속(M) 하나, 인(P, phosphorus) 하나, 칼코겐(Q) 셋이라는 뜻이다. M에는 Fe, Ni, Mn이, Q에는 S나 Se가 들어간다. 그래서 MnPS₃, FePS₃, NiPS₃ 같은 이름이 나온다.

구조를 이해하려면 화학식을 M₁M₂[P₂Q₆] 형태로 다시 쓰는 편이 낫다. 두 개의 인 원자가 아령처럼 맞붙은 P–P 짝이 있고, 그것을 여섯 개의 칼코겐이 둘러싼 [P₂Q₆] 덩어리가 골격을 만든다. 그리고 전이금속 원자들이 벌집격자를 이루며 그 사이를 채운다. 자성을 만드는 것은 이 전이금속이고, [P₂Q₆]는 그들을 붙잡아두는 뼈대 역할을 한다.

이 가족의 핵심 특징은 전부 반강자성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M 원자를 바꾸면 스핀 모델과 자기 구조가 함께 바뀐다.

MnPS₃FePS₃NiPS₃
스핀 모델하이젠베르크이징XY
자기 구조네엘형(Néel)지그재그형지그재그형
네엘 온도 T_N78 K118 K (벌크) / 104 K (단층)155 K
쉬운 축면 수직에서 기울어짐면 수직면 내

네엘형과 지그재그형 — 반강자성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다. 벌집격자 위에서 이웃끼리 무조건 반대 방향(↑↓↑↓)으로 배열하는 것이 네엘형이고, 같은 방향 스핀들이 줄(stripe)을 이루고 그 줄끼리 반대 방향을 향하는 것이 지그재그형이다(Fig. 2의 왼쪽 모식도에 해당). 둘 다 알짜 자화는 0이지만 내부 배열이 전혀 다르고, 그에 따라 물질의 대칭성과 들뜸 스펙트럼이 달라진다.

이 세 물질이 앞선 Nature 리뷰에서 이징·XY·하이젠베르크 세 모델의 실물 예시로 등장했던 바로 그 물질들이다. 한 가족 안에서 원소 하나만 바꿔 교과서적 모델 세 개를 모두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물질군의 값어치다.

문제는 측정이다. 반강자성은 알짜 자화가 0이라 자기 신호를 직접 잡기 어렵다. 그래서 이 가족의 연구는 대부분 라만 분광에 의존한다. 자기 질서가 생기면 포논(격자 진동) 피크가 갈라지거나 위치가 비정상적으로 변하는데, 그 변화가 나타나는 온도로 T_N을 읽는 간접적인 방법이다. 재미있게도 MnPS₃, FePS₃, NiPS₃ 모두 T_N이 두께에 거의 의존하지 않는다.

또 하나 중요한 결과가 있다. MnPS₃의 네엘형 자기 구조는 시간 반전 대칭성과 공간 반전 대칭성을 동시에 깨뜨린다. 낯선 말이 한꺼번에 나왔으니 하나씩 풀어보자.

시간 반전 대칭성(time-reversal symmetry)이란 — 영화를 거꾸로 돌려도 똑같아 보이는가를 묻는 것이다. 스핀은 아주 작은 회전이므로,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회전 방향이 반대가 된다. 즉 모든 ↑가 ↓로, ↓가 ↑로 바뀐다. 스핀이 무작위인 상자성 상태라면 뒤집어도 여전히 무작위라 구별되지 않지만, 자기 질서가 있으면 뒤집은 결과가 원래와 다른 상태가 된다. 그래서 자기 질서가 있다는 것은 곧 시간 반전 대칭성이 깨졌다는 뜻이다. 강자성이든 반강자성이든 마찬가지다.

공간 반전 대칭성(spatial inversion symmetry)이란 — 결정 안의 어떤 한 점을 골라 모든 원자를 그 점 건너편으로 옮겼을 때(위치 r을 −r로 바꿨을 때) 원래와 똑같아 보이는가를 묻는 것이다. 그런 점이 있으면 반전 중심(inversion center)이 있다고 한다. 종이 위의 한 점을 축으로 그림을 180° 돌려도 같은 그림이면 반전 대칭이 있는 것이다.

이제 MnPS₃를 보자. 원자 배열만 놓고 보면 벌집격자에는 반전 중심이 있다. 벌집격자는 두 종류의 자리(A와 B)가 번갈아 놓인 구조인데, 반전 중심을 기준으로 뒤집으면 A 자리가 B 자리로 옮겨간다. 어차피 같은 Mn 원자가 놓여 있으니 그림은 그대로다.

그런데 네엘형 자기 질서가 생기면 A 자리는 전부 ↑, B 자리는 전부 ↓가 된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공간을 뒤집어도 스핀 방향은 뒤집히지 않는다. 스핀은 위치가 아니라 회전이고, 회전 방향은 위치를 반대편으로 옮긴다고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뒤집기를 하면 ↑ 스핀이 원래 ↓가 있어야 할 자리로 옮겨가 버리고, 결과가 원래 배열과 달라진다. 반전 중심이 사라진 것이다. 같은 반강자성이라도 지그재그형인 FePS₃와 NiPS₃에서는 이 일이 일어나지 않아 반전 중심이 그대로 남는다. 배열 방식에 따라 대칭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두 대칭성이 함께 깨지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여기서 선형 자기전기 효과(linear magnetoelectric effect)가 나온다. 자기장을 걸면 전기 분극이 생기고, 반대로 전기장을 걸면 자화가 생기는 현상이다.

왜 하필 두 대칭성이 다 깨져야 하는가 — 전기 분극 P와 자화 M은 대칭 조작에 대해 정반대로 행동한다. 자기장 H는 M과 똑같이 행동한다.

  • 공간을 뒤집으면: P는 부호가 바뀌고, M과 H는 그대로다.
  • 시간을 뒤집으면: P는 그대로고, M과 H는 부호가 바뀐다.

이제 자기장을 걸면 분극이 생긴다는 관계, 즉 P = α·H라는 식이 성립한다고 해보자. 등식이 성립하려면 양변이 대칭 조작에 대해 똑같이 행동해야 한다. 그런데 공간을 뒤집으면 왼쪽만 부호가 바뀌고, 시간을 뒤집으면 오른쪽만 부호가 바뀐다. 두 경우 모두 등식이 깨진다. 결정이 두 대칭성을 모두 갖고 있다면 계수 α는 0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두 대칭성이 함께 깨져야만 α가 0이 아닐 수 있다. MnPS₃가 바로 그 경우다.

이 효과는 전기장으로 자성을 제어하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에 실용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3부에서 볼 이중층 CrI₃의 자기전기 효과와 같은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반전 중심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SHG(2차 조화파 발생) 측정으로 확인되었다. SHG는 반전 대칭성이 있는 물질에서는 원리적으로 신호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신호가 나타나는지만 보면 반전 중심의 유무를 판정할 수 있다. 자세한 원리는 2부에서 다룬다.

그리고 이 가족에는 강자성 사촌이 있다. Cr(Si/Ge)Te₃, 즉 Cr₂Ge₂Te₆와 Cr₂Si₂Te₆는 구조는 MPQ₃와 똑같으면서 유한 온도에서 강자성을 보인다. 특히 이중층 Cr₂Ge₂Te₆는 MOKE로 고유한 장거리 강자성 질서가 처음 관측된 2차원 자석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물질에서 단일층에서는 자기 질서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그 이유를 자기쌍극자 이방성 에너지가 자기결정 이방성 에너지를 압도하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쉽게 말해, 스핀을 특정 방향에 묶어주는 힘(결정에서 오는 이방성)보다 스핀들이 서로 만드는 자기장 때문에 생기는 방향 선호(쌍극자 이방성)가 더 커지면서, 이방성이 질서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Cr₂Ge₂Te₆는 하이젠베르크형 강자성체라서 원래 이방성이 약한 물질이고, T_C도 벌크 68 K에서 이중층 30 K로 크게 떨어진다.

3) 삼원계 철-텔루라이드 (FeᵧGeTe₂)

y = 3, 4, 5인 Fe₃GeTe₂, Fe₄GeTe₂, Fe₅GeTe₂. 이 가족이 실용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금속이면서 전이 온도가 높기 때문이다.

앞의 두 가족은 모두 절연체 또는 반도체였다. 그런데 스핀트로닉스 소자에서 전류를 흘려 스핀을 주입하려면 금속성 강자성체가 필요하다. FeᵧGeTe₂는 편력 강자성(itinerant ferromagnetism)을 보인다.

국재 자성 vs 편력 자성 — 앞서 본 절연체들에서는 스핀이 각 원자에 고정되어 있고(국재, localized), 이웃 스핀끼리는 중간의 음이온을 통해 간접적으로 대화한다(초교환, superexchange). 반면 금속에서는 자성을 만드는 전자 자체가 결정 전체를 돌아다닌다(편력, itinerant). 철·코발트·니켈 같은 익숙한 금속 자석이 이 부류이고, 돌아다니는 전자가 곧 전류를 나르므로 전기적 제어와 스핀 주입이 가능해진다.

Fe₃GeTe₂Fe₄GeTe₂Fe₅GeTe₂
T_C230 K (벌크) / 130 K (단층)270 K275~310 K
쉬운 축면 수직210 K 위는 면 내, 아래는 면 수직면 수직
특징2차원 이징, 임계지수 0.12~0.16스핀 재배향 전이거의 실온

Fe₃GeTe₂는 단일층까지 자성이 살아남은 첫 금속성 반데르발스 자석이다. 임계지수 β가 0.12~0.16으로 측정되었는데, 이는 2차원 이징 모델의 이론값 0.125에 매우 가깝다.

임계지수란 — 전이 온도 바로 아래에서 자화가 늘어나는 모양을 M ∝ (T_C − T)^β 꼴로 쓸 때의 지수 β다. 놀랍게도 이 값은 물질의 세부 사항과 무관하고 차원과 대칭성만으로 결정된다. 2차원 이징이면 0.125, 3차원 하이젠베르크면 0.365 하는 식이다. 따라서 β를 측정하는 것은 “이 자석이 몇 차원에서, 어떤 모델로 행동하는가"를 실험적으로 확인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Fe₄GeTe₂에서 나타나는 스핀 재배향 전이(spin-reorientation transition)는 짚고 갈 만하다. 210 K를 기준으로 쉬운 축이 면 내에서 면 수직으로 돌아선다. 그 이유는 두 종류의 이방성이 온도에 따라 다르게 약해지기 때문이다. 결정 구조에서 오는 자기결정 이방성(K_m)은 면 수직을 선호하고, 시료의 납작한 모양에서 오는 형상 이방성(K_s)은 면 내를 선호한다. 저온에서는 K_m이 이기고, 고온에서는 K_s가 우세해진다. 이 경쟁의 균형점이 210 K인 것이다.

Fe₅GeTe₂는 T_C가 거의 실온에 도달하지만, 구조가 훨씬 복잡하고(단위 구조 안에 Fe 자리가 여러 종류) 합성 조건에 따라 결정 구조가 두 가지로 갈리는 등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물질이다. Fe 함량 자체가 조절 가능한 변수라는 점(화학식을 Fe₃₋ₓGeTe₂로 쓰는 이유)은 뒤에서 볼 화학적 제어의 좋은 재료가 된다.

4) 전이금속 옥시할라이드 (MOX)

M = Ti, V, Cr, Fe이고 X = Cl, Br인 물질군. 1970년대부터 연구되어 온 오래된 가족이다.

이들의 특징은 준 1차원(quasi-1D) 자성이다. 2차원 층 안에서도 자성 원자들이 한 방향으로 늘어선 사슬처럼 행동한다. TiOCl과 TiOBr에서는 스핀-파이얼스(spin-Peierls) 전이가 나타난다.

스핀-파이얼스 전이란 — 스핀 1/2 원자들이 한 줄로 늘어선 사슬에서, 원자들이 둘씩 짝을 지어 가까워지면서(격자 이합체화) 두 스핀이 서로를 상쇄시켜 버리는 전이. 결과적으로 자기 신호가 사라지고 에너지 갭이 열린다. 자성과 격자가 함께 움직이는 대표적인 예다.

CrOCl과 VOCl은 반강자성이고, FeOCl은 벌크 T_N이 92 K인데 몇 층으로 얇게 만들면 14 K까지 급락한다. 자성 자체보다는 아직 개척할 여지가 많은 영역으로 소개된다.

5) 전이금속 다이칼코게나이드 (TMD)

MoS₂로 대표되는, 반데르발스 물질 중 가장 널리 쓰이는 가족이다. 자성 TMD로는 VSe₂, VTe₂, MnSe₂가 거론되는데, 이들의 주장은 실온 강자성이다.

다만 저자들은 이 부분을 상당히 조심스럽게 다룬다. 단일층 VSe₂의 실온 강자성은 자력계 측정으로 보고되었지만, 밴드 구조 계산과 XMCD 측정에서는 스핀 편극된 밴드가 보이지 않아 강자성 바닥 상태가 배제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하밀도파(charge density wave) 상태가 자성을 억제한다는 해석, 삼각 격자에서 오는 스핀 좌절 때문이라는 해석이 함께 제시된다. VTe₂도 여러 층 시료의 자력계 신호는 강자성으로 보이지만, 개별 시료의 수송 측정에서는 장거리 질서의 증거가 없고 Kondo 효과만 나타난다.

두 용어 짧게전하밀도파는 전자들이 결정 안에 고르게 퍼지지 않고 물결처럼 진하고 옅은 곳을 반복하며 얼어붙는 상태다. 이렇게 전자가 묶이면 자성에 쓸 자유도가 줄어든다. Kondo 효과는 금속 안에 고립된 자성 불순물이 하나 있을 때, 주변의 전도 전자들이 그 불순물의 스핀을 감싸 상쇄해버리는 현상이다. 저온에서 전기저항이 오히려 올라가는 특이한 신호로 나타난다. 둘 다 자성 신호처럼 보이지만 장거리 자기 질서는 아닌 경우라, 실온 강자성 주장을 의심하게 만드는 근거가 된다.

이런 대목이 리뷰를 읽는 재미다. 실온 자성이라는 자극적인 결과가 나왔을 때, 서로 다른 측정법이 서로 다른 답을 내면 그 결과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여러 도구로 교차 검증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정리: 대부분은 아직 너무 차갑다

Figure 5. 이 리뷰에서 다룬 모든 물질의 자기 전이 온도. 막대는 형태(벌크/박층)에 따라 전이 온도가 달라지는 범위를 뜻한다. 파란 점선이 액체질소 온도(77 K)다.

Figure 5. 이 리뷰에서 다룬 모든 물질의 자기 전이 온도. 막대는 형태(벌크/박층)에 따라 전이 온도가 달라지는 범위를 뜻한다. 파란 점선이 액체질소 온도(77 K)다.

이 그림 하나가 1부의 결론이다. 가로축은 물질 가족, 세로축은 자기 전이 온도이고, 파란 점선은 액체질소 온도 77 K다.

왜 77 K가 기준선인가 — 액체질소는 값이 싸고 다루기 쉬워서, 실험실에서 시료를 식힐 때 가장 흔히 쓰는 냉매다. 이 선 아래의 물질을 쓰려면 액체헬륨(4.2 K)이나 값비싼 냉동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선 위라고 해서 실용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실제 소자는 실온(300 K)에서 동작해야 한다.

그림을 보면 사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 MX₂/MX₃ 가족(노란 영역)은 전부 77 K 아래, 대부분 50 K 이하다.
  • MPQ₃ 가족(하늘색)은 조금 낫지만 155 K가 최고다.
  • FeᵧGeTe₂ 가족(연두색)만이 실온에 근접한다.
  • MQ₂(TMD, 분홍색 오른쪽 위)는 300 K에 있지만, 앞서 본 대로 논란 중이다.

저자들의 결론은 명확하다. 전이 온도가 높은 반데르발스 자석이 시급하다.


2부. 공구 설명서: 원자 몇 층의 자성을 어떻게 읽는가

부품을 모았으면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큰 문제다.

박리해서 얻은 시료가 얼마나 작은지 감을 잡아보자. 두께는 1 nm(10억분의 1 m)도 되지 않고, 넓이도 기껏해야 수 마이크로미터, 즉 머리카락 굵기의 수십 분의 일이다. 자석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적은 양의 물질이다.

기존에 자성을 재던 표준 도구들은 이런 시료 앞에서 무력하다.

기존 도구가 왜 안 되는가

  • SQUID 자력계: 시료 전체가 만드는 자기 신호를 초전도 코일로 긁어모아 재는 장치다. 대단히 민감하지만 어디까지나 시료 전체의 합계를 재는 것이라, 물질의 양 자체가 극도로 적으면 신호가 배경 잡음에 묻혀버린다. 게다가 시료를 올려둔 기판이 시료보다 수천 배 두꺼우니 기판 신호에 파묻힌다.
  • 중성자 산란: 중성자는 스핀을 갖고 있어서 시료의 스핀 배열에 따라 다르게 튕겨 나온다. 반강자성의 내부 배열까지 직접 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지만, 충분한 신호를 얻으려면 보통 밀리미터에서 센티미터 크기의 결정이 필요하다. 원자 몇 층짜리 조각과는 자릿수가 한참 다르다.

그래서 이 분야는 작은 점 하나에 신호를 집중시킬 수 있는 도구를 새로 찾아야 했다. 레이저는 빛을 마이크로미터 크기로 모을 수 있고, 전극은 시료 위에 직접 붙일 수 있다. 리뷰가 대안을 광학적 방법전기적 방법 두 갈래로 정리하는 이유다.

광학적 방법

Figure 6. MOKE, MCD, PL을 이용한 자성 검출. (a) MOKE로 직접 관측한 단일층 CrI₃의 강자성과, 자기장을 쓸어가며 본 자기 도메인 구조의 변화. (b) MCD로 본 단일층 Fe₃GeTe₂의 강자성. (c) 자화 방향이 아래(왼쪽)와 위(오른쪽)일 때 단일층 CrI₃가 내는 우원편광(빨강)·좌원편광(파랑) 발광 세기. (d, e) 단일층과 이중층 CrI₃의 발광 원편광도 — 이중층에서는 층간 반강자성 때문에 모양이 다르다. (f) CrI₃/WSe₂ 이종접합에서 근접효과로 유도된 밸리 갈라짐. (g) 단일층 CrBr₃의 편광 조합별 발광 편광도.

Figure 6. MOKE, MCD, PL을 이용한 자성 검출. (a) MOKE로 직접 관측한 단일층 CrI₃의 강자성과, 자기장을 쓸어가며 본 자기 도메인 구조의 변화. (b) MCD로 본 단일층 Fe₃GeTe₂의 강자성. (c) 자화 방향이 아래(왼쪽)와 위(오른쪽)일 때 단일층 CrI₃가 내는 우원편광(빨강)·좌원편광(파랑) 발광 세기. (d, e) 단일층과 이중층 CrI₃의 발광 원편광도 — 이중층에서는 층간 반강자성 때문에 모양이 다르다. (f) CrI₃/WSe₂ 이종접합에서 근접효과로 유도된 밸리 갈라짐. (g) 단일층 CrBr₃의 편광 조합별 발광 편광도.

MOKE와 MCD — 가장 널리 쓰이는 두 가지.

이 두 가지는 빛의 편광을 이용한다. 원리를 처음부터 보자.

편광이란 — 빛은 전기장이 진동하며 나아가는 파동이다. 그 진동 방향을 편광(polarization)이라고 한다. 진동이 한 직선 위에서만 일어나면 선형편광이고, 진동 방향이 나사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면 원편광이다. 원편광은 도는 방향에 따라 오른쪽으로 도는 것(σ⁺)과 왼쪽으로 도는 것(σ⁻) 두 종류가 있다.

중요한 사실 하나. 선형편광은 σ⁺와 σ⁻를 반씩 섞은 것과 같다. 같은 속도로 반대 방향으로 도는 두 나사를 겹치면, 회전이 상쇄되고 한 직선 위의 진동만 남기 때문이다.

이제 자화된 물질에 빛을 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보자.

자기 질서가 있는 물질에서는 ↑ 스핀 전자와 ↓ 스핀 전자의 에너지가 서로 다르다. 그리고 스핀-궤도 결합이 있으면, σ⁺ 빛과 σ⁻ 빛이 서로 다른 스핀의 전자를 우선적으로 들뜨게 한다. 원편광이 가진 회전이 전자의 궤도 운동과 짝을 이루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자화된 물질은 오른쪽으로 도는 빛과 왼쪽으로 도는 빛을 서로 다르게 흡수하고 반사한다. 이 차이를 잡아내는 방법이 두 가지다.

  • MCD(magnetic circular dichroism, 자기 원형 이색성): σ⁺와 σ⁻를 각각 쏴서 흡수량의 차이를 직접 잰다.
  • MOKE(magneto-optical Kerr effect, 자기광학 Kerr 효과): 선형편광을 쏜다. 앞서 말했듯 선형편광은 σ⁺와 σ⁻가 반씩 섞인 것인데, 물질이 두 성분을 다르게 처리하면 반사되어 나온 빛의 진동 방향이 살짝 돌아간다. 이 회전각(θ_K)이 자화의 크기와 방향에 비례한다.

두 방법 모두 자화가 뒤집히면 신호의 부호가 뒤집히므로, 자화를 부호까지 포함해 읽을 수 있다.

이 리뷰가 추가로 짚는 구분은 이렇다. MOKE는 광학 전도도의 허수부(흡수와 관련)에, MCD는 실수부에 대응한다. 그 때문에 MCD는 렌즈계나 여러 계면에서 생기는 복굴절·간섭의 영향을 덜 받아 측정이 더 안정적이다.

Fig. 6a는 단일층 CrI₃를 MOKE로 본 것이다. 0 T에서는 파란색(자화 아래), 0.15 T에서는 빨강과 파랑이 섞여 있고, 0.3 T에서는 전부 빨강(자화 위)이 된다. 즉 자기 도메인이 자기장에 따라 하나씩 뒤집히는 과정을 공간적으로 촬영한 것이다.

자기 도메인(magnetic domain)이란 — 실제 자석은 시료 전체가 한 방향으로 정렬해 있지 않고,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 구역들로 쪼개져 있다. 그래야 시료 밖으로 새어 나가는 자기장 에너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자기장을 걸면 유리한 방향의 도메인이 커지면서 전체가 한 방향으로 정렬한다. Fig. 6a의 각각 다른 색 영역이 서로 다른 도메인이다.

두 방법의 한계는 명확하다. MOKE와 MCD는 면 수직 방향의 자화만 읽을 수 있다. 쉬운 축이 면 내에 있는 물질(CrCl₃, NiPS₃ 등)에는 쓸 수 없다. 또 반강자성처럼 알짜 자화가 0인 경우에도 신호가 나오지 않는다.

XMCD — 원소를 구분해서 보는 눈.

레이저 대신 X선을 쓰면 XMCD(X선 자기 원형 이색성)가 된다. X선은 광자 에너지가 훨씬 높아 원자의 안쪽 껍질 전자까지 들뜨게 할 수 있다. 안쪽 껍질의 에너지는 원소마다 고유하므로, X선 에너지를 그 원소에 맞추면 특정 원소의 자기 상태만 골라서 볼 수 있다. 게다가 면 내 자화도 잴 수 있어 MOKE·MCD의 사각지대를 메운다. 스핀 모멘트와 궤도 모멘트를 분리해 정량적으로 얻을 수도 있다.

단점은 싱크로트론 방사광 시설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아무 실험실에서나 할 수 있는 측정이 아니다.

PL — 빛을 쏘고 빛을 받는다.

PL(photoluminescence, 광발광)은 물질에 빛을 쏘아 전자를 들뜨게 한 뒤, 그 전자가 다시 떨어지며 내놓는 빛을 보는 방법이다. 자화된 물질에서는 나오는 빛의 원편광도가 자화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Fig. 6c). 단일층 CrI₃의 자화를 뒤집으면 빨강·파랑 곡선의 상하가 완전히 뒤집힌다.

다만 저자들은 PL의 해석이 까다롭다고 경고한다. 발광 과정에는 여러 완화 과정과 트랩 상태가 관여하므로, 자화 이외의 요인이 편광도에 섞여 들어갈 수 있다.

Fig. 6f는 PL의 진짜 매력을 보여준다. CrI₃와 WSe₂를 붙인 이종접합에서, CrI₃의 자화가 근접효과로 WSe₂의 밸리(valley)에 영향을 주어 두 밸리의 에너지가 갈라진다.

밸리란 — 벌집격자 물질의 전자 에너지 구조에는 K⁺, K⁻ 두 곳에 골짜기가 생기는데, 이 두 골짜기는 각각 서로 다른 방향의 원편광에 반응한다. 밸리를 정보 담는 그릇으로 쓰자는 것이 밸리트로닉스(valleytronics)이고, 여기에 자성을 결합하면 자기 상태를 빛으로 읽고 쓰는 길이 열린다.

라만 분광 — 반강자성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구.

라만 분광은 이 리뷰에서 각별히 강조된다. 이유는 Table 2에 나와 있다. 강자성과 반강자성 모두, 면 내와 면 수직 자화 모두 검출 가능한 유일한 광학 기법이기 때문이다.

레이저를 쏘면 대부분의 빛은 같은 에너지로 튕겨 나오지만, 일부는 격자 진동(포논)에 에너지를 주거나 받아 색이 살짝 바뀐다. 이 차이를 재는 것이 라만 분광이다. 자기 질서는 세 가지 방식으로 여기에 흔적을 남긴다.

  1. 포논 피크의 갈라짐 — Cr₂Ge₂Te₆에서는 76 cm⁻¹ 피크가 저온에서 두 개로 갈라진다. 자기 질서가 시간 반전 대칭성을 깨뜨리면서, 원래 하나였던 진동이 서로 구별되는 두 가지로 나뉘기 때문이다. 반강자성 질서에서는 존 폴딩(zone folding) 때문에 원래 보이지 않던 진동이 새로 나타나기도 한다.

    존 폴딩이란 — 반강자성 질서가 생기면 스핀 배열의 반복 단위가 원자 배열의 반복 단위보다 커진다. ↑↓↑↓ 배열에서는 ↑ 하나가 아니라 ↑↓ 한 쌍이 반복 단위가 되므로, 반복 주기가 두 배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물리학자들이 결정의 진동을 다룰 때 쓰는 공간에서는 반복 단위가 커지면 그 공간이 거꾸로 작아지고, 바깥에 있던 영역이 안쪽으로 접혀 들어온다. 이것이 존 폴딩이다. 라만 분광은 이 공간의 한가운데에 있는 진동만 볼 수 있는데, 접힘 때문에 원래 가장자리에 있어 보이지 않던 진동들이 한가운데로 옮겨와 새로 보이게 된다.

    그러니 새로운 피크가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가 반강자성 질서가 생겼다는 증거가 된다. 겉으로 자화가 0이라 다른 방법으로는 잡기 어려운 반강자성을, 라만이 잡아낼 수 있는 이유다.

  2. 포논 진동수의 비정상적 변화 — Fig. 7a(본문)에서 Fe₃GeTe₂의 A_1g 모드는 T_C 아래에서 정상적인 온도 의존 곡선에서 확연히 벗어난다. 이것이 스핀-포논 결합의 증거다. 격자 진동이 초교환 상호작용을 변조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3. 편광 의존성의 변화 — 자기 질서가 라만 텐서에 반대칭 성분을 더해, 입사광 편광 각도에 따른 신호 세기 패턴이 바뀐다. 상자성 상태에서는 A_1g 모드의 편광축이 입사광 방향과 나란하지만, 강자성 상태가 되면 돌아간다.

특히 우아한 것은 이중층 CrI₃ 사례다. 단일층에 있던 128.8 cm⁻¹ 포논 모드가 이중층에서는 층간 상호작용 때문에 짝수 패리티(g)와 홀수 패리티(u) 두 모드로 갈라진다.

패리티(parity)란 — 공간을 원점 기준으로 뒤집었을 때(r → −r) 부호가 그대로면 짝수(g, gerade), 부호가 바뀌면 홀수(u, ungerade)다. 선택 규칙상 반전 대칭성이 있는 결정에서는 g 모드만 라만에서 보이고 u 모드는 적외선에서 보인다.

이중층 CrI₃가 층간 반강자성이 되면 반전 대칭성이 깨진다. 그러면 원래 보이지 않아야 할 u 모드가 교차 편광(XY) 조건에서 라만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즉 u 모드가 나타나는 온도가 곧 전이 온도다. 이 방법으로 45 K라는 값이 얻어졌다. 자기장을 걸어 스핀 플립을 일으키면(0.6 T 이상) 강자성 정렬로 바뀌면서 반전 대칭성이 회복되고, u 모드가 사라지고 g 모드가 나타난다.

SHG — 대칭성만 보는 도구.

SHG(second harmonic generation, 2차 조화파 발생)는 물질에 센 레이저를 쏘았을 때 진동수가 정확히 두 배인 빛이 나오는 비선형 광학 현상이다. 핵심은 반전 대칭성이 있는 물질에서는 원리적으로 SHG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SHG 신호의 유무 자체가 반전 대칭성 깨짐의 지표가 된다.

이중층 CrI₃에서 층간 반강자성 질서는 반전 대칭성을 깨뜨린다. 그래서 상자성 상태에서는 SHG가 거의 없다가, 자기 질서가 생기면 강한 SHG가 나타난다. 편광 분해 SHG로는 적층 순서가 단사정계인지 능면체인지까지 판별할 수 있다. MnPS₃의 네엘형 질서도 반전 중심을 깨뜨리므로 SHG로 T_N과 임계지수를 얻을 수 있다.

SSSM — 다이아몬드 속 원자 하나를 자기 센서로 쓴다.

SSSM(scanning single-spin magnetometry)은 다이아몬드의 NV 중심(nitrogen-vacancy center) — 질소 원자 하나와 그 옆의 빈자리가 짝을 이룬 결함 — 을 탐침 끝에 달고 시료 위를 훑는 방법이다.

NV 중심은 스핀을 갖고 있고, 주변 자기장의 크기에 따라 그 스핀 준위가 갈라진다(제이만 갈라짐). 이 갈라짐을 빛으로 읽어내면 나노미터 크기의 자기장 센서가 된다. 측정한 자기장 분포를 역산하면 시료의 자화 분포를 정량적으로 얻을 수 있다.

Fig. 8i, j(본문)에 인상적인 결과가 있다. 9층 CrI₃ 시료에 의도치 않은 구멍이 생겼는데, 구멍 주변의 평균 자화가 14.1 μ_B/nm²에서 136.9 μ_B/nm²로 10배 가까이 뛰었다. 층간 결합이 반강자성에서 강자성으로 바뀐 것이다. 구멍이 만든 스트레인이 자성을 바꾼 셈이고, 이는 기계적 제어(3부)의 가능성을 직접 보여준다.

전기적 방법

광학 측정은 자석을 보지만, 전기 측정은 자석을 소자로 만든다.

Figure 9. TMR을 이용한 전기적 검출. (a-c) 두께가 다른 두 장의 Fe₃GeTe₂를 전극으로 쓴 자기 터널 접합과 그 터널링 저항. (d-g) 이중층 CrI₃·CrCl₃ 기반 접합의 터널링 전류 — 층간 자기 배열에 따라 전류가 급변한다. (h, i) CrCl₃ 이중층·삼중층의 터널링 전도도. (j) MnPS₃의 TMR. (k-m) Cr 탐침을 쓴 스핀 편극 주사터널현미경으로 본 CrBr₃의 적층 의존 자성.

Figure 9. TMR을 이용한 전기적 검출. (a-c) 두께가 다른 두 장의 Fe₃GeTe₂를 전극으로 쓴 자기 터널 접합과 그 터널링 저항. (d-g) 이중층 CrI₃·CrCl₃ 기반 접합의 터널링 전류 — 층간 자기 배열에 따라 전류가 급변한다. (h, i) CrCl₃ 이중층·삼중층의 터널링 전도도. (j) MnPS₃의 TMR. (k-m) Cr 탐침을 쓴 스핀 편극 주사터널현미경으로 본 CrBr₃의 적층 의존 자성.

TMR — 자기 배열을 저항으로 읽는다.

이름부터 풀어보자. 먼저 터널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터널링(tunneling)이란 — 고전역학에서는 공이 언덕을 넘으려면 그만한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절대로 반대편에 갈 수 없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는 전자가 에너지가 부족해도 일정 확률로 벽 반대편에 나타난다. 벽을 뚫고 지나간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터널링이라고 부른다.

이 확률은 벽이 두꺼울수록 급격히 줄어든다. 그래서 두꺼운 절연체로는 전류가 전혀 흐르지 않지만, 절연체가 원자 몇 층 두께로 아주 얇으면 측정 가능한 전류가 흐른다. 반데르발스 물질은 층 단위로 두께를 조절할 수 있으니 터널 장벽을 만들기에 이상적이다.

TMR(tunneling magnetoresistance, 터널링 자기저항)은 이 터널링 전류가 자기 배열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이다. 얇은 절연층을 두 자성층 사이에 끼웠을 때, 두 자성층의 자화 방향이 나란하면 저항이 낮고(R_P, parallel), 반대 방향이면 저항이 높다(R_AP, antiparallel).

왜 나란하면 잘 흐르는가 — 자성체 안에서는 ↑ 전자와 ↓ 전자의 상태 수가 다르다. 자화 방향과 같은 스핀의 전자가 훨씬 많고, 들어갈 빈자리도 많다. 그래서 왼쪽 자성층에서 나온 ↑ 전자가 오른쪽 자성층으로 건너갈 때, 오른쪽도 ↑ 방향이면 받아줄 자리가 많아 잘 건너간다. 오른쪽이 ↓ 방향이면 ↑ 전자가 들어갈 자리가 적어 막힌다. 터널링 중에 스핀 방향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다.

두 저항의 차이를 비율로 나타낸 (R_AP − R_P)/R_P가 TMR 값이다. 이 값이 클수록 자기 배열을 전기적으로 구별하기 쉽다는 뜻이고, 그대로 메모리 소자의 성능이 된다.

이 원리는 이미 하드디스크 읽기 헤드와 MRAM에 쓰이고 있다.

MRAM이란 — Magnetoresistive RAM, 자기저항 메모리. 지금 컴퓨터에 쓰이는 DRAM은 전원을 끄면 내용이 사라지지만, MRAM은 정보를 자화 방향으로 저장하므로 전원을 꺼도 지워지지 않는다. 두 자성층이 나란한 상태를 0, 반대인 상태를 1로 삼아 TMR로 읽어내는 방식이다.

반데르발스 물질로 이런 구조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스핀 밸브(spin valve) 방식. 보자력이 다른 두 장의 금속성 강자성체를 전극으로 쓰고 그 사이에 얇은 hBN을 터널 장벽으로 넣는다.

보자력(coercivity)이란 — 자화를 뒤집는 데 필요한 자기장의 크기. 보자력이 다르면 자기장을 서서히 걸 때 한쪽이 먼저 뒤집히고 다른 쪽은 나중에 뒤집힌다. 그 사이의 좁은 자기장 구간에서만 두 층이 반대 방향을 향하게 되고, 저항이 치솟는다.

Fe₃GeTe₂ 두께가 다른 두 장으로 만든 소자에서 ±0.7 T 근처의 좁은 구간에 저항이 급등하고, 4.2 K에서 TMR 160%가 얻어졌다(Fig. 9b). 여기서 역산한 스핀 편극도는 0.66이다.

스핀 편극도(spin polarization)란 — 전류를 나르는 전자 중 한쪽 스핀이 얼마나 우세한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와 ↓가 반반이면 0, 한쪽만 있으면 1이다. 0.66이라는 것은 대략 83%가 한쪽 스핀이라는 뜻이다. 앞서 본 하프메탈은 이 값이 1인 극단적인 경우다. 흥미롭게도 이 값의 온도 의존성이 AHE로 얻은 이상 홀 전도도와 거의 동일한 모양이었다.

둘째, 스핀 필터(spin filter) 방식. 층간 반강자성, 층 내부 강자성인 절연체(CrI₃, CrCl₃)를 터널 장벽 자체로 쓴다. 각 층이 자기 자화 방향과 같은 스핀만 통과시키므로, 층간 반강자성일 때는 어떤 스핀도 모든 층을 통과하지 못해 전류가 거의 끊긴다. 자기장으로 모든 층을 같은 방향으로 정렬시키면 길이 열린다.

이 방식의 성능이 놀랍다. 4층 CrI₃에서 저온 TMR 19,000%가 기록되었다. 층이 많을수록 필터 단계가 늘어나므로 켜짐/꺼짐 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것이다.

Fig. 9h, i에서 CrCl₃ 이중층과 삼중층을 비교한 부분도 재미있다. 홀수 층에는 여분의 전이가 하나 더 나타난다. 짝수 층에서는 ↑↓ 또는 ↑↓↑↓처럼 모든 스핀이 상쇄되지만, 홀수 층에서는 상쇄되지 않은 층이 하나 남는다. 이 층이 외부 자기장에서 제이만 에너지를 얻으므로, CrCl₃처럼 이방성이 약한 물질에서는 이 에너지가 이방성을 이기고 스핀들을 기울여 버린다. 이것이 스핀 플롭(spin-flop) 전이다.

제이만 에너지(Zeeman energy)란 — 자기장 속에 놓인 자석은 자기장과 나란할 때 에너지가 낮고, 반대 방향일 때 높다. 나침반 바늘이 북쪽을 향해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방향에 따른 에너지 차이를 제이만 에너지라고 한다. 상쇄되지 않은 층이 하나 남아 있으면 그 층이 이 에너지를 그대로 받으므로, 자기장이 스핀 배열을 흔들 지렛대가 생기는 셈이다.

스핀 플립과 스핀 플롭 — 층간 반강자성에서 한 층이 통째로 뒤집혀 강자성이 되는 것이 스핀 플립, 스핀들이 자기장에 수직인 방향으로 일제히 넘어진 뒤 서서히 자기장 쪽으로 기울어 가는 것이 스핀 플롭이다. 전자는 이방성이 강할 때, 후자는 약할 때 일어난다.

SPSTM — 자성 탐침으로 한 층씩 훑는다.

SPSTM(스핀 편극 주사터널현미경)은 주사터널현미경의 탐침에 자성 물질(Cr 등)을 입혀, 탐침과 시료 사이 터널링 전류가 두 스핀 방향의 상대적 정렬에 따라 달라지게 만든 것이다. 원리는 TMR과 같지만 원자 수준의 공간 분해능으로 볼 수 있다.

Fig. 9l, m에서 이 도구로 CrBr₃ 이중층의 적층 의존 자성이 밝혀졌다. 이웃 층이 180° 회전한 H형 적층에서는 히스테리시스에 두 개의 평탄역만 나타나 층간 강자성임을 보이고, 같은 방향인 R형 적층에서는 네 개의 평탄역이 나타나 층간 반강자성임을 보인다. 앞서 본 적층 순서의 위력이 다른 물질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AHE — 홀 효과로 자화를 읽는다.

홀 효과는 전류가 흐르는 도체에 수직으로 자기장을 걸면 전류에 수직인 방향으로 전압이 생기는 현상이다. 자성체에서는 여기에 항이 하나 더 붙는다.

R_xy = R_N·B_z + R_A·M_z

첫 항은 외부 자기장에 비례하는 정상 홀 효과(NHE), 둘째 항은 시료의 자화에 비례하는 이상 홀 효과(AHE, anomalous Hall effect)다. 금속성 자석에서는 AHE가 NHE보다 훨씬 크므로, 홀 저항을 재면 사실상 자화를 직접 재는 것이 된다.

Figure 11. 자성의 전기적 제어. (a) 이중층 CrI₃ 기반 이중 게이트 소자. (b) 전자·정공 도핑에 따른 단일층 CrI₃의 MCD 신호 변화. (c) 자기장 없이 전기장만으로 변하는 이중층 CrI₃의 자화 — 선형 자기전기 효과. (d) 도핑 수준에 따른 이중층 CrI₃의 MCD. (e, f) CrGeTe₃ 전계효과 트랜지스터와 도핑에 따른 자화 곡선의 변화. (g) Fe₃GeTe₂/Pt에서 스핀-궤도 토크에 의한 전류 스위칭. (h) CrGeTe₃/Ta 구조에서의 전류 제어.

Figure 11. 자성의 전기적 제어. (a) 이중층 CrI₃ 기반 이중 게이트 소자. (b) 전자·정공 도핑에 따른 단일층 CrI₃의 MCD 신호 변화. (c) 자기장 없이 전기장만으로 변하는 이중층 CrI₃의 자화 — 선형 자기전기 효과. (d) 도핑 수준에 따른 이중층 CrI₃의 MCD. (e, f) CrGeTe₃ 전계효과 트랜지스터와 도핑에 따른 자화 곡선의 변화. (g) Fe₃GeTe₂/Pt에서 스핀-궤도 토크에 의한 전류 스위칭. (h) CrGeTe₃/Ta 구조에서의 전류 제어.

AHE는 전극만 붙이면 되므로 소자와 잘 맞고, 층수-온도 상 diagram(Fig. 10c, 본문)처럼 체계적인 데이터를 얻기 좋다. 다만 저자들이 짚는 한 가지 주의점이 있다. AHE로 얻은 T_C는 MCD로 얻은 것보다 항상 낮다. AHE는 시료 전체를 훑는 측정이라 자기 도메인 구조의 영향을 받는 반면, 광학 측정은 레이저 스폿 크기의 국소 영역만 보기 때문이다. 도메인이 생기기 시작하는 온도와 국소적으로 자기 질서가 나타나는 온도가 다른 것이다.

측정법마다 보는 것이 다르다는 점, 그래서 여러 도구를 교차 검증해야 한다는 점이 2부 전체의 교훈이다.


3부. 자성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물질을 찾고 측정할 수 있게 되었으면, 다음은 제어다. 리뷰는 제어 수단을 전기적·기계적·화학적 세 가지로 나눈다. 바꾸고자 하는 대상은 전이 온도, 자기 이방성(쉬운 축의 방향), 자화의 크기, 보자력 같은 것들이다.

전기적 제어

정전 게이팅(electrostatic gating)이 기본이다.

게이팅이란 — 시료 아래(또는 위)에 얇은 절연막을 깔고 그 너머에 전극을 하나 둔다. 이 전극을 게이트(gate)라고 한다. 게이트에 (+)전압을 걸면 반대 전하인 전자가 시료 쪽으로 끌려와 모이고, (−)전압을 걸면 전자가 밀려나 줄어든다. 절연막이 있으니 전류가 흐르지는 않고, 전기력만 건너간다.

전압 손잡이 하나로 시료 안의 전자 수를 조절할 수 있다. 이것이 모든 트랜지스터가 작동하는 원리이고, 여기서는 0부에서 본 도핑을 전선 연결만으로 실시간 조절하는 수단이 된다. 넣거나 빼는 전자·정공을 통틀어 캐리어(carrier, 전하를 나르는 것)라고 부른다.

게이팅은 두 가지를 동시에 일으킨다. 하나는 전자 수가 바뀌면서 생기는 페르미 준위의 이동이고, 다른 하나는 시료의 위와 아래가 전기적으로 비대칭해지면서 생기는 공간 반전 대칭성의 깨짐이다. 두 번째 것이 왜 중요한지는 1부의 자기전기 효과에서 이미 보았다.

단일층 CrI₃에서는 방향이 중요하다. 정공 도핑(전자를 빼는 것)은 자성에 유리하고, 전자 도핑은 해롭다(Fig. 11b). 전자를 넣으면 보자력과 전이 온도가 함께 떨어진다.

이중층 CrI₃에서는 더 흥미로운 일이 일어난다. 층간 반강자성 상태에서는 자기장 없이 전기장만으로 자화가 선형적으로 변한다(Fig. 11c). 이것이 선형 자기전기 효과다. 층간 반강자성이 시간 반전 대칭성과 공간 반전 대칭성을 함께 깨뜨리기 때문에 허용되는 현상이다. 반대로 스핀 편극된(강자성 정렬) 상태에서는 전기장 의존성이 사라진다. 두 개의 반대 부호 자화 신호가 ↑↓와 ↓↑ 두 가지 반강자성 배열에 대응한다.

또한 캐리어 도핑은 이중층 CrI₃의 스핀 플립 자기장을 뚜렷하게 바꾼다. 정공 도핑과 전자 도핑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데, 저자들은 이를 자기 폴라론(magnetic polaron) — 주입된 캐리어가 주변 스핀들을 자기 쪽으로 정렬시키며 함께 움직이는 복합체 — 의 형성으로 해석한다.

이온 게이팅(ionic gating)은 훨씬 더 강력하다.

이온성 액체란 — 상온에서 액체 상태인 소금이다. 보통 소금은 고체지만, 덩치가 크고 모양이 불규칙한 이온들을 조합하면 상온에서도 굳지 않는다. 이 액체를 시료 위에 떨어뜨리고 전압을 걸면, 양이온과 음이온이 시료 표면으로 직접 몰려와 원자 한두 개 거리까지 다가붙는다.

고체 절연막은 아무리 얇게 만들어도 수 나노미터는 되는데, 이온은 그보다 훨씬 가까이 접근한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같은 전압으로 끌어모을 수 있는 전자가 많아지므로, 도핑 능력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일반 고체 절연막 게이트가 10¹² cm⁻² 수준의 도핑을 만든다면, 이온성 액체를 쓰면 10¹⁴ cm⁻²까지 간다. 두 자릿수, 즉 100배 차이다.

CrGeTe₃에 이온 게이팅을 적용한 결과가 인상적이다. 자기 이방성이 면 수직에서 면 내로 바뀌고, 동시에 T_C가 200 K 이상으로 올라갔다. 계산에 따르면 캐리어 밀도가 높아질수록 자기 이방성 에너지가 감소해 쉬운 축이 바뀌고, 강자성 메커니즘 자체가 초교환에서 이중교환(double-exchange)으로 바뀐다.

초교환과 이중교환초교환은 절연체에서 두 자성 이온이 중간의 음이온을 통해 간접적으로 대화하는 방식으로, 대개 반강자성을 선호한다. 이중교환은 전자가 두 자성 이온 사이를 실제로 오갈 때 일어나는데, 전자가 스핀 방향을 유지한 채 움직이려면 두 이온의 스핀이 나란해야 유리하므로 강자성을 선호하고 훨씬 강하다. 도핑으로 캐리어를 대량 주입하면 메커니즘이 초교환에서 이중교환으로 넘어가고, 그 결과 T_C가 크게 오른다.

전류로 자화를 뒤집기 — SOT. 실용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핀-궤도 토크(SOT, spin-orbit torque)다.

SOT란 — 백금(Pt), 탄탈럼(Ta) 같은 무거운 금속에 전류를 흘리면 스핀-궤도 결합 때문에 위 스핀 전자와 아래 스핀 전자가 서로 반대쪽으로 휘어진다(스핀 홀 효과). 그 결과 전류에 수직인 방향으로 스핀의 흐름이 생긴다. 이 스핀 흐름이 옆에 붙은 자성층에 흘러들면 자화에 토크를 가해 방향을 돌릴 수 있다. 자기장 없이 전류만으로 자석을 뒤집는 방법이다.

Fe₃GeTe₂/Pt 구조에서 면 내 자기장 50 mT라는 작은 값으로 자화 스위칭이 관측되었다(Fig. 11g). CrGeTe₃/Ta에서는 약 100 μA의 전류로 스위칭되었는데, 이는 기존 비-반데르발스 강자성체(수 mA)보다 훨씬 작은 값이다. 소비 전력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기계적 제어

반데르발스 자성체의 자성은 결합 길이, 결합 각도, 층간 간격, 적층 순서에 민감하다. 이것들은 전부 기계적으로 건드릴 수 있는 것들이다.

압력(hydrostatic pressure). 시료를 사방에서 고르게 누르는 방식이다. 실험에서는 보통 두 개의 다이아몬드 끝 사이에 시료를 넣고 조이는 장치를 쓴다(Fig. 12a). 다이아몬드를 쓰는 이유는 가장 단단하면서 투명해서, 누르는 동안 빛을 통과시켜 시료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 근거는 Goodenough-Kanamori-Anderson 규칙, 줄여서 GKA 규칙이다.

GKA 규칙 — 자성 이온-음이온-자성 이온이 이루는 각도에 따라 초교환의 부호가 결정된다. 90°에 가까우면 강자성, 180°에 가까우면 반강자성을 선호한다. 결합 각도를 몇 도만 바꿔도 자기 배열이 뒤집힐 수 있다는 뜻이다.

압력을 가하면 결합 각도와 층간 간격이 함께 바뀐다.

  • 벌크 Fe₃GeTe₂: 압력을 높이면 이상 홀 저항이 감소한다. 압력이 밴드 갈라짐을 줄이고 자기 모멘트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 벌크 CrGeTe₃: Cr–Te–Cr 결합 각도가 압력에 따라 90°에서 벗어나 강자성 초교환이 약해지고 T_C가 떨어진다. 또 2 GPa에서 자기 이방성이 면 수직에서 면 내로 바뀐다.
  • 이중층 CrI₃: 압력을 높이면 층간 간격이 줄어 층간 결합이 강해지고, Cr–I–Cr 각도는 90°에 가까워져 강자성 초교환이 강해진다. 실제로 2.7 GPa에서 층간 반강자성이 강자성으로 전환되었고(스핀 플립 전이가 사라지는 것으로 확인), 라만 측정으로 적층 순서도 단사정계에서 능면체로 바뀌었음이 확인되었다.

스트레인(strain). 시료를 잡아당기거나 압축하는 방식이다. 계산 결과들이 극적이다.

  • NiBr₃: 약 7%의 이축 인장 스트레인에서 강자성이 반강자성으로 전환된다.
  • Cr₂Ge₂Se₆: 6% 인장 스트레인에서 T_C가 144 K에서 421 K로 올라간다.

물론 이 값들은 대부분 이론 계산이고, 실제로 6~7%의 스트레인을 균일하게 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나노전기기계 시스템(NEMS)을 이용해 박층 CrI₃의 자성을 스트레인으로 조절한 실험이 이미 보고되었다.

화학적 제어

조성을 직접 바꾸는 방법. 앞서 FeᵧGeTe₂의 Fe 함량이 조절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것이 곧 제어 수단이 된다.

  • Fe 함량: Fe₂.₇GeTe₂의 보자력은 1 kOe 이하인데 Fe₃GeTe₂는 3 kOe 이상이다. Fe가 부족하면 T_C와 보자력이 함께 떨어진다.
  • Co 치환: 벌크 Fe₃GeTe₂에 Co를 넣으면 도메인 벽 에너지가 커져 보자력이 크게 증가한다(Fig. 13b, 본문). 자화를 뒤집기 어렵게 만든다는 뜻이다.
  • Ni 도핑: 반대로 자성을 억제한다. 자성 원자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 CrCl₃₋ₓBrₓ: Br 함량을 늘리면 T_C가 선형으로 증가하고, 어느 지점에서 자기 이방성이 면 내에서 면 수직으로 뒤집힌다. 앞서 본 Cr 삼할라이드 3형제의 경향을 연속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인터칼레이션(intercalation). 층간 결합이 약하다는 반데르발스 물질의 특성을 그대로 이용해, 층과 층 사이에 다른 분자나 이온을 끼워 넣는 방법이다.

벌크 CrGeTe₃에 테트라부틸암모늄 이온을 인터칼레이션하면 대량의 전자 도핑이 일어나 강자성 교환 메커니즘이 바뀌고, T_C가 67 K에서 208 K로 뛰어오른다. 앞서 본 이온 게이팅과 물리적으로 같은 이야기다.

다만 저자들은 화학적 제어 연구가 대부분 벌크 시료에서 이뤄졌고, 2차원 극한에서의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고 짚는다.


4부. 그래서 무엇을 만들 것인가: 스핀트로닉스 전망

스핀트로닉스 소자를 만들려면 세 가지 기능이 필요하다. 스핀의 생성(generation), 수송(transportation), 조작(manipulation)이다. 반데르발스 물질은 이 셋을 모두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리뷰의 전망이다.

Figure 14. 스핀트로닉스에서 반데르발스 자석의 전망. (a) 하프메탈 반데르발스 자석을 전극으로 쓴 자기 터널 접합. (b) 근접효과로 단일층 그래핀에 생기는 스핀 밴드 갈라짐. (c) 그래핀에서의 비국소 수송 측정 개념도. (d) CrBr₃와 접합한 그래핀의 게이트 전압·온도 의존 비국소 저항. (e) 그래핀/CrGeTe₃ 이종접합의 Hanle 스핀 세차 측정 — 300 K에서도 신호가 보인다. (f) 반데르발스 자석으로 만든 전압 토크 MRAM(왼쪽)과 SOT-MRAM(오른쪽). (g) 이중층 CrI₃로 만든 스핀 터널링 전계효과 트랜지스터.

Figure 14. 스핀트로닉스에서 반데르발스 자석의 전망. (a) 하프메탈 반데르발스 자석을 전극으로 쓴 자기 터널 접합. (b) 근접효과로 단일층 그래핀에 생기는 스핀 밴드 갈라짐. (c) 그래핀에서의 비국소 수송 측정 개념도. (d) CrBr₃와 접합한 그래핀의 게이트 전압·온도 의존 비국소 저항. (e) 그래핀/CrGeTe₃ 이종접합의 Hanle 스핀 세차 측정 — 300 K에서도 신호가 보인다. (f) 반데르발스 자석으로 만든 전압 토크 MRAM(왼쪽)과 SOT-MRAM(오른쪽). (g) 이중층 CrI₃로 만든 스핀 터널링 전계효과 트랜지스터.

역할 분담. 그래핀은 스핀-궤도 결합이 약하고 이동도가 높아 스핀을 멀리 나르는 통로로 좋다. 스핀-궤도 결합이 강한 TMD(MoS₂, MoSe₂, WS₂, WSe₂)는 SOT를 만들어내는 층으로 쓸 수 있다. 그리고 반데르발스 자석은 스핀을 만들어내는 원천이다. 특히 편력 강자성체인 Fe₃GeTe₂는 고도로 스핀 편극된 전류를 만들 수 있고, 앞서 본 하프메탈이 실현되면 편극도 100%까지 갈 수 있다.

절연성 자석은 어떻게 쓰는가 — 근접효과. CrI₃, CrBr₃ 같은 절연성 자석은 전류를 흘릴 수 없다. 대신 자기 근접효과(magnetic proximity effect, MPE)를 쓴다. 그래핀 위에 CrBr₃를 얹으면, 자성이 계면을 넘어 그래핀으로 스며들어 그래핀의 전자 밴드가 스핀 방향에 따라 갈라진다(Fig. 14b). 이 갈라짐을 제이만 스핀 홀 효과(ZSHE)라고 하며, 갈라진 밴드에서 반대 스핀·반대 전하를 가진 캐리어가 만들어진다.

Fig. 14c의 측정이 영리하다. 차근차근 따라가 보자.

그래핀 오른쪽에 전류 I를 흘린다. 여기에 면 수직 자기장을 걸면 움직이는 전하는 로렌츠 힘을 받는다.

로렌츠 힘이란 — 자기장 속에서 움직이는 전하가 받는 힘이다. 방향은 진행 방향과 자기장 양쪽에 수직이고, 전하의 부호가 반대면 힘의 방향도 반대가 된다. 그래서 전자와 정공은 서로 반대쪽으로 휘어진다.

앞서 본 근접효과 때문에 그래핀 안에서는 전자와 정공이 각각 반대 스핀을 나르고 있다. 그러니 로렌츠 힘으로 둘이 반대쪽으로 갈라지면, 전하는 서로 상쇄되지만 스핀은 상쇄되지 않는다. 전자가 가진 ↑와 정공이 가진 ↓가 같은 쪽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순 전하 전류는 0인데 스핀 전류는 0이 아닌 상태가 만들어진다. 이 스핀 전류가 그래핀 안에서 옆으로 멀리 확산해 왼쪽까지 도달하고, 거기서 비국소 전압(V_nl)으로 검출된다.

비국소 측정(nonlocal measurement)이란 — 전류를 흘리는 곳과 전압을 재는 곳을 일부러 멀리 떨어뜨려 놓는 측정 방식이다. 전하 전류가 닿지 않는 곳에서 신호가 나온다면, 그것을 실어 나른 것은 전하가 아닌 다른 무언가 — 여기서는 스핀 — 라는 뜻이 된다. 전하 신호와 스핀 신호를 깔끔하게 분리해내는 표준적인 방법이다.

측정된 비국소 저항은 자기장이 커질수록 크게 증가했고(스핀 홀 효과의 존재), CrBr₃의 T_C 아래에서 급격히 변했으며(자성이 원인이라는 증거), 그래핀 단독으로는 온도 의존성이 없었다(그래핀 자체 효과가 아니라는 증거). 세 가지 대조군이 모두 같은 결론을 가리킨다.

Fig. 14e는 그래핀/CrGeTe₃ 이종접합의 Hanle 스핀 세차 측정이다.

Hanle 세차란 — 주입된 스핀에 수직 자기장을 걸면 스핀이 팽이처럼 세차 운동을 한다. 검출 전극까지 오는 동안 스핀이 얼마나 돌아갔느냐에 따라 신호가 달라지므로, 신호의 모양에서 스핀이 얼마나 오래 살아남는지(스핀 수명)와 얼마나 멀리 가는지(스핀 확산 길이)를 알 수 있다. 스핀 수송을 정량화하는 표준 도구다.

주목할 점은 300 K에서도 Hanle 신호가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저온으로 갈수록 신호가 갈라지고 자기장 스윕 방향에 따라 세기가 달라지는데, 이는 CrGeTe₃가 그래핀에 만드는 교환 자기장이 공간적으로 불균일하고 이력 현상을 갖기 때문이다.

MTJ — 가장 현실적인 응용. 2부에서 본 두 방식이 그대로 소자가 된다. 편력 강자성체를 전극으로 쓰는 스핀 밸브형, 층간 반강자성 절연체를 장벽으로 쓰는 스핀 필터형. 문제는 지금까지 이들의 스위칭이 외부 자기장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실제 메모리에서는 코일로 자기장을 만들 수 없다. 전기적 스위칭이 필요하다.

현대 MRAM의 전기적 스위칭 방식은 두 가지다.

  • STT(spin-transfer torque, 스핀 전달 토크): 스핀 편극된 전류를 자성층에 직접 통과시켜 각운동량을 전달해 자화를 뒤집는다. 반데르발스 자석에서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 저자들은 이유로 교환 바이어스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과 스위칭에 필요한 전류가 크다는 점을 든다.
  • SOT: 앞서 본 대로 Fe₃GeTe₂와 CrGeTe₃에서 이미 실현되었다. 무거운 금속을 위상 절연체나 스핀-궤도 결합이 강한 TMD로 대체하면 전부 반데르발스 물질로 이루어진 SOT-MRAM도 가능하다(Fig. 14f).

위상 절연체(topological insulator)란 — 내부는 절연체인데 표면에서만 전기가 흐르는 기묘한 물질이다. 게다가 그 표면 전류에서는 전자의 진행 방향과 스핀 방향이 서로 묶여 있어, 오른쪽으로 가는 전자는 ↑, 왼쪽으로 가는 전자는 ↓ 하는 식이 된다. 그래서 전류를 흘리는 것만으로 저절로 스핀 흐름이 만들어지고, SOT를 만드는 층으로 쓰기에 아주 효율이 좋다. 위상이라는 말은 이 성질이 물질을 조금 구부리거나 더럽혀도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붙었다.

다만 SOT에는 아직 남은 문제가 있다. 면 내 자기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완전한 전기적 스위칭을 위해서는 이 자기장을 없애는 소자 구조가 필요하다.

그 대안이 전압 토크 MRAM이다. 3부에서 본 것처럼 이중층 CrI₃는 작은 면 수직 자기장 아래에서 게이트 전압만으로 층간 배열을 뒤집을 수 있었다. 전류가 아니라 전압으로 자화를 제어하면 소비 전력이 STT·SOT보다 훨씬 낮아진다. 같은 원리로 스핀 터널링 전계효과 트랜지스터(spin tunneling FET)도 제안되었다(Fig. 14g). 이중층 CrI₃의 층간 배열을 게이트로 제어해 터널링 전류를 켜고 끄는 소자다.


저자들이 보는 남은 숙제

리뷰의 마지막 절(Summary and Outlook)에서 저자들이 정리한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반강자성을 더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 지금까지 관심은 강자성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교환 바이어스(exchange bias) 없이는 소자가 성립하지 않는다.

교환 바이어스란 — 앞서 본 TMR 소자에는 자성층이 두 장 필요한데, 정보를 저장하려면 한 장은 자유롭게 뒤집히고 다른 한 장은 절대 안 뒤집혀야 한다. 움직이는 층과 비교할 기준이 있어야 나란한지 반대인지를 판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준층을 고정하는 방법이 교환 바이어스다. 강자성층 옆에 반강자성층을 붙이면, 계면에서 두 층의 스핀이 교환 상호작용으로 맞물리면서 반강자성층이 강자성층의 방향을 한쪽으로 붙잡아준다. 반강자성층 자체는 외부 자기장에 거의 반응하지 않으니 기준으로 삼기에 알맞다. 오늘날 모든 MRAM과 하드디스크 읽기 헤드가 이 구조를 쓴다. 게다가 반강자성체는 외부 자기장에 둔감하고(정보가 잘 지워지지 않고) 동작 속도가 빠르며 누설 자기장이 없어서, 비휘발성·저전력 소자로서 독자적인 매력이 있다.

2. 반데르발스 자성 반도체가 필요하다. 현재 연구되는 반데르발스 자석은 대부분 금속 아니면 절연체다. 그런데 스핀 편극 전류를 만들고 스핀 전계효과 트랜지스터 같은 소자를 만들려면 그 중간인 자성 반도체가 있어야 한다. 반도체여야 게이트로 캐리어 농도를 조절해 켜고 끌 수 있기 때문이다.

3. 측정이 아직 정성적이다. 현재 쓰이는 검출 도구들은 대부분 자성이 있다/없다, 전이 온도가 얼마다 정도의 정성적 정보만 준다. 2차원 자성을 깊이 이해하려면 정량적인 측정법이 더 필요하다. 특히 반강자성체를 특성화할 새로운 기법 — 예를 들어 이방성 자기저항 측정 — 이 요구된다.

4. 제어의 목표를 더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제어 연구는 T_C를 올리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 소자에서 중요한 것은 자화 방향, 자기 이방성, 알짜 자기 모멘트를 원하는 대로 스위칭하는 것이다. 뚜렷한 켜짐/꺼짐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정리하며

이 리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반데르발스 자석은 물질 카탈로그가 어느 정도 갖춰졌고, 읽는 도구도 갖춰졌으며, 제어 수단도 확보되었다. 남은 것은 실온에서 동작하는 물질과 자기장 없는 전기적 스위칭이다.

앞선 Nature 리뷰와 비교해 읽으면 대비가 선명하다. 2018년 리뷰가 “2차원에서 자기 질서가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물리학의 질문에 답했다면, 2020년의 이 리뷰는 “그것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공학의 질문을 다룬다. 불과 2년 사이에 분야의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적층 순서(stacking order)가 자성을 결정한다는 반복되는 발견이었다. 같은 화학식, 같은 층 구조인데 층을 어떻게 겹치느냐에 따라 층간 결합이 강자성에서 반강자성으로 뒤집힌다. CrI₃에서 그랬고, CrBr₃의 H형·R형 적층에서도 그랬으며, 압력을 가해 적층 순서를 바꾸자 자기 배열이 함께 바뀌었다. 이것은 기존 자성 물질에는 없던 완전히 새로운 손잡이다. 원자를 다른 원소로 바꾸지 않고도, 이미 있는 층을 어떻게 놓느냐만으로 물질의 성질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저자들이 실온 자성 주장(VSe₂, VTe₂)을 다루는 태도다. 자력계는 강자성을 보여주지만 XMCD와 밴드 계산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는 대신 양쪽 증거를 모두 제시하고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적는다. 2부에서 “AHE로 얻은 T_C는 MCD로 얻은 것보다 항상 낮다"고 짚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측정법마다 보는 것이 다르다는 인식이 리뷰 전체에 일관되게 흐른다. 새로 열린 분야일수록 이런 태도가 중요하다.


용어 정리

항목이 많아 네 묶음으로 나눴다. 0부에서 다룬 기초부터 순서대로다.

자성의 기초

용어한 줄 설명
전하 / 스핀전자가 가진 두 가지 성질 — 전기를 만드는 성질 / 아주 작은 자석 같은 성질
교환 상호작용이웃한 스핀끼리 방향을 맞추게 만드는 양자역학적 상호작용
강자성 / 반강자성이웃 스핀이 같은 방향(↑↑) / 반대 방향(↑↓)으로 정렬한 상태
상자성열 때문에 스핀이 무작위로 흩어져 질서가 없는 상태
자화(M)단위 부피당 자석의 세기 — 반강자성에서는 상쇄되어 0이다
열적 요동온도 때문에 생기는 무작위한 흔들림 — 자기 질서의 적
퀴리 온도(T_C) / 네엘 온도(T_N)강자성 / 반강자성 질서가 무너지는 온도
자기 이방성스핀 방향에 따라 에너지가 달라지는 성질 — 2차원 자성의 열쇠
쉬운 축(easy axis)스핀이 가장 선호하는 방향 (면 내 ∥ 또는 면 수직 ⊥)
스핀-궤도 결합(SOC)전자의 스핀과 궤도 운동이 엮이는 효과 — 자기 이방성의 원천
이징 / XY / 하이젠베르크스핀이 한 축 / 한 평면 / 3차원 아무 방향을 가리킬 수 있는 모델
자기 도메인자화 방향이 같은 구역 — 실제 자석은 여러 도메인으로 쪼개져 있다
보자력(coercivity)자화를 뒤집는 데 필요한 자기장의 크기
제이만 에너지자기장 속 자석이 방향에 따라 갖는 에너지 차이

물질과 구조

용어한 줄 설명
반데르발스 물질층 안은 강하게, 층 사이는 약하게 결합해 한 층씩 벗겨낼 수 있는 물질
박리(exfoliation)테이프 등으로 층을 떼어내는 것
층 내부 / 층 사이 결합같은 층 안의 스핀끼리 / 위아래 층 스핀 사이의 자기적 결합
단일층 / 이중층 / 박층 / 벌크한 층 / 두 층 / 몇~수십 층 / 사실상 3차원인 덩어리 결정
벌집격자 / 삼각 격자원자가 육각형으로 / 삼각형으로 배열된 구조
적층 순서(stacking order)층을 어느 쪽으로 밀어 겹치는지 — 층간 자기 결합을 결정한다
네엘형 / 지그재그형벌집격자 위 반강자성의 두 가지 배열 방식
에너지 밴드 / 페르미 준위전자가 들어갈 수 있는 에너지 구간 / 전자가 채워진 가장 높은 지점
에너지 갭전자가 들어갈 수 없는 금지 구간 — 넓으면 절연체, 좁으면 반도체
도핑 / 정공 / 캐리어전자를 넣거나 빼는 것 / 전자가 빠진 빈자리 / 전하를 나르는 것
하프메탈한쪽 스핀에는 금속, 반대 스핀에는 절연체인 물질 — 100% 스핀 편극 전류원
스핀 편극도전류를 나르는 전자 중 한쪽 스핀이 얼마나 우세한지 (0~1)
초교환 / 이중교환음이온을 통한 간접 상호작용(주로 반강자성) / 전자가 오가며 생기는 상호작용(강자성, 강함)
GKA 규칙결합 각도가 90°면 강자성, 180°면 반강자성 초교환을 선호한다는 규칙
편력 강자성자성을 만드는 전자가 결정 전체를 돌아다니는 금속성 강자성
고유 자성 / 외인성 자성물질이 원래 갖고 있는 자성 / 도핑·결함 등으로 인위적으로 만든 자성
댕글링 본드표면 원자의 짝을 찾지 못한 결합손 — 반데르발스 물질에는 없다
에피택시기판 위에 결정 방향을 맞춰 층을 성장시키는 기술
전하밀도파 / Kondo 효과전자가 물결처럼 얼어붙는 상태 / 전도 전자가 자성 불순물의 스핀을 감싸 상쇄하는 현상
위상 절연체내부는 절연체인데 표면에서만, 그것도 스핀이 묶인 채 전류가 흐르는 물질

측정

용어한 줄 설명
SQUID 자력계 / 중성자 산란시료 전체의 자기 신호를 재는 장치 / 중성자로 스핀 배열을 보는 기법 — 둘 다 박층에는 쓸 수 없다
편광 / 원편광빛의 진동 방향 / 진동 방향이 나사처럼 도는 빛 (σ⁺, σ⁻)
MOKE / MCD반사광의 편광 회전 / 원편광 흡수 차이로 자화를 읽는 광학 기법
XMCDX선을 쓴 MCD — 원소를 구분해 볼 수 있지만 싱크로트론이 필요하다
PL(광발광)빛으로 들뜬 전자가 내놓는 빛을 보는 기법
라만 분광 / 포논격자 진동에 의한 빛의 미세한 에너지 변화를 보는 기법 / 격자 진동의 양자
존 폴딩(zone-folding)자기 단위 구조가 커지면서 원래 보이지 않던 진동이 라만에 나타나는 현상
스핀-포논 결합스핀 질서와 격자 진동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
SHG진동수가 두 배인 빛을 내는 비선형 현상 — 반전 대칭성 깨짐의 지표
SSSM / NV 중심다이아몬드 결함의 스핀을 나노 자기 센서로 쓰는 정량적 측정법
자기력 현미경(MFM)자성 바늘로 표면을 훑어 자기 상태를 지도처럼 그리는 현미경
터널링전자가 얇은 절연 장벽을 확률적으로 통과하는 양자역학적 현상
TMR두 자성층의 정렬 방향에 따라 터널링 저항이 달라지는 현상
스핀 밸브 / 스핀 필터금속 자석을 전극으로 쓰는 방식 / 자성 절연체를 장벽으로 쓰는 방식
SPSTM자성 탐침으로 원자 수준 공간 분해능의 스핀 정보를 얻는 현미경
AHE(이상 홀 효과)자화에 비례하는 홀 전압 — 전기적으로 자화를 읽는 방법
비국소 측정전류를 흘리는 곳과 전압을 재는 곳을 떼어놓아 스핀 신호만 분리하는 방법
Hanle 세차수직 자기장에서 스핀이 세차 운동하는 것을 이용한 스핀 수송 측정법
상 diagram온도·자기장 조건별로 물질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그린 지도
임계지수 β전이 온도 근처에서 자화가 자라는 모양을 정하는 지수 — 차원과 대칭성만으로 결정된다

대칭성·제어·소자

용어한 줄 설명
시간 반전 대칭성시간을 거꾸로 돌려도 같아 보이는 성질 — 자기 질서가 생기면 깨진다
공간 반전 대칭성 / 반전 중심한 점 기준으로 위치를 뒤집어도 같아 보이는 성질 / 그런 점
선형 자기전기 효과전기장으로 자화를, 자기장으로 전기 분극을 만드는 현상 — 두 반전 대칭성이 함께 깨져야 나타난다
게이트 / 정전 게이팅절연막 너머의 전극 / 그 전압으로 시료의 전자 수를 조절하는 것
이온 게이팅이온성 액체로 캐리어를 주입하는 기법 — 정전 게이팅보다 100배 강하다
자기 폴라론주입된 캐리어가 주변 스핀을 정렬시키며 함께 움직이는 복합체
스핀 재배향 전이온도에 따라 쉬운 축의 방향이 바뀌는 전이
스핀 플립 / 스핀 플롭한 층이 통째로 뒤집히는 전이 / 스핀이 자기장에 수직으로 넘어지는 전이
스트레인 / 인터칼레이션시료를 잡아당기거나 누르는 것 / 층 사이에 다른 분자·이온을 끼워 넣는 것
스핀트로닉스전자의 전하뿐 아니라 스핀까지 정보 처리에 이용하는 기술
자기 근접효과(MPE)자성이 계면을 넘어 이웃 물질로 스며드는 현상
로렌츠 힘자기장 속에서 움직이는 전하가 받는, 진행 방향에 수직인 힘
STT / SOT스핀 편극 전류로 / 스핀 홀 효과로 만든 스핀 흐름으로 자화를 뒤집는 방식
MRAM자화 방향으로 정보를 저장해 전원을 꺼도 지워지지 않는 메모리
교환 바이어스반강자성층이 이웃 강자성층의 자화 방향을 한쪽으로 고정하는 현상 — 소자의 기준층을 만든다
밸리 / 밸리트로닉스벌집격자 물질의 두 에너지 골짜기 / 그것을 정보 그릇으로 쓰려는 기술
스핀-파이얼스 전이1차원 스핀 사슬에서 원자가 짝을 지으며 자성이 사라지는 전이